北 중국수출 품목, 제재로 4분의 1 토막

조선일보
입력 2019.06.01 03:09

2년만에 386개 품목서 107개로… 핵심 물품 석탄·광물 막히자 시계 부품 등 경공업품 주력
맥주·코코아·담배 수입은 늘어… 전문가들 "식량난 과장 됐을 수도"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이후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 품목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외화벌이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특히 기존에 북한의 무역을 떠받치던 핵심 수출품들은 강화된 제재의 여파로 줄줄이 판로(販路)가 막혔다. 대북 제재가 북한 수출과 외화벌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확인된 것이다. 북한은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 상위 20품목 중 1개만 '수출 유지'

본지가 중국 해관총서를 통해 2017~ 2019년의 1~4월 북한의 대중 수출품목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17년 같은 기간 총 386개(HS code 기준)에 이르던 품목은 2018년 159개에서 올해 107개(28%)까지 급감했다. 이는 수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2017년 1~4월 약 6억달러이던 대중 수출액은 올해 같은 기간 7700만달러(12.8%)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7년 8월, 9월, 12월 각각 채택된 세 건의 안보리 결의(2371·2375호·2397호)가 치명타를 입혔다는 분석이다. 2371호는 북한산 석탄, 철과 철광석, 납과 연광, 해산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2375호는 섬유의 수출을 막았고, 2397호는 농산품·기계류·광물 및 토석류·목재류·선박 등의 수출을 묶었다.

꽁꽁 묶인 북한 무역 정리 표

안보리 결의가 수출을 금지한 석탄, 광물류, 의류, 해산물은 북한 무역의 '핵심'이었다. 무연탄의 경우 2017년 1~4월 전체 무역액(6억달러)의 36.7%인 2억2000만달러어치나 수출됐다. 이 기간 북한 수출품 1~20위는 의류 9건, 석탄·철강·광물류 5건, 해산물 3건, 기계류 1건, 견과류 1건 등으로 채워졌다. 20개 품목 중 광물류(규소철)를 제외한 19개는 2019년 현재 수출이 묶였다. 대북 소식통은 "안보리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어떻게든 '제재 5건'을 풀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경공업으로 만회 노리지만 역부족"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경공업 상품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월 대중 수출액 1위 상품은 시계 무브먼트(2661만달러)로, 2017년 같은 기간엔 아예 수출품에 포함되지 않은 상품이다. 가발류(3위·843만달러), 교육용 마네킹(6위·361만달러), 축구공(10위·178만달러) 등도 새롭게 '핵심 수출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체질 개선'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수출액 전부를 더해도 2017년 같은 기간 무연탄 수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석탄 의존도'가 컸기 때문이다. 송재국 IBK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북한이 나름대로 제재 국면을 돌파하고자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제재 이전 수준으로 무역액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기형적인 무역 구조로 볼 때 북한은 국제사회 압박에도 '석탄 환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술·과일 수입은 증가…식량난 맞나

한편 대북 제재로 수출액이 크게 줄었지만 술·과일 등 기호 물품의 대중(對中) 수입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1~4월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맥주 수입액은 297만달러에서 313만달러로 늘었다. 맥주를 제외한 다른 주류(酒類) 수입액도 총 488만달러에서 776만달러로 증가했다. 과일 수입액은 2315만달러에서 올해 3119만달러로, 코코아류도 60만달러에서 131만달러로 수입액이 늘었다. 담배류의 경우도 올해 2283만달러를 수입했다. 이는 2017년(2598만달러)보단 적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215만달러)보단 많은 양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말하는 식량난은 과장됐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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