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이 없는 한국당 의원들의 설화

조선일보
입력 2019.06.01 03:14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야만성에는 몸서리가 쳐지지만, 그런 야만성·불법성·비인간성을 뺀다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연석회의 자리에서 북한 김혁철 등의 처형설을 거론하며 "지도자로서 조직과 국가를 이끌어 가려면 신상필벌을 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외교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의 외교 실패를 지적할 다른 내용과 방식이 얼마든지 있는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은이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해놓고 아무 결정권이 없는 부하들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을 민주국가의 문책 인사와 비교해 말할 수 있나.

한국당 원내대표는 말뜻을 모르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가 사과했고, 중진 의원은 '다이너마이트로 청와대를 폭파하자'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염증을 느낀 국민이 적지 않지만 '세월호 유족들 징하게 해 먹는다'는 표현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부 의원은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다" "5·18 유공자는 괴물 집단" 등의 발언을 했다가 징계를 당했다. 야당이 대통령과 정권의 정책 실패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의무이자 존재 이유다. 그러나 합리적 근거를 가져야 하고 기본적 품위를 갖춰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야 대통령과 여당도 부담과 압력을 느끼고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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