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앞에선 수령 받드는 척, 뒤론 딴 꿈… 이런자들 심판"

조선일보
입력 2019.05.31 03:01

2013년 장성택 처형 다음날 썼던 '심판·동상이몽' 표현 다시 등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0일 '혁명의 준엄한 심판'이란 표현을 쓰며 '도덕 기풍'을 강조한 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책성 숙청이 완료됐거나 한창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에도 리영호 총참모장,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 고위직 숙청 전후 비슷한 표현을 관영 매체에 등장시키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게재한 '양심은 인간의 도덕적 풍모를 규정하는 척도'란 제목의 정론에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의무이기 전에 양심이고 실천"이라며 "(혁명의 길에선)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말로만 외우고 심지어 대세에 따라 변하는 배신자, 변절자도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앞에서는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딴 꿈을 꾸는 동상이몽은 수령에 대한 도덕·의리를 저버린 반혁명적 행위"라며 "이런 자들은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했다.

'혁명의 준엄한 심판'과 '동상이몽'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한 직후 북한 관영 매체에 등장했던 표현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 처형 다음 날인 2013년 12월 13일 '반당·반혁명 종파 분자들에게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에는 감히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다가…'라는 문구를 담은 보도를 내보냈다.

노동신문은 또 "충실성은 결코 투쟁 연한이나 경력에 기인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역시 장성택 숙청 전후 노동신문에 등장한 표현과 비슷하다. 노동신문은 2013년 12월 4일 "아무리 오랜 기간 당에 충실했어도 한순간 간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통위 간담회에서 "신문의 보도와 장성택의 실각은 상관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 내 상당한 고위직이 숙청됐으리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12년 11월 30일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軍) 행사 연설을 통해 "역사적 경험은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혁명 군대 군인으로서의 자기 사명을 다할 수 없으며 나중에는 혁명의 배신자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도 그해 7월 숙청된 리영호 총참모장을 지칭한 표현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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