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 포장으로 산간 벽지에도 우유 공급… 낙농업 새 역사를 쓰다

조선일보
  • 한경진 기자
    입력 2019.05.31 03:01

    매일유업

    항공기로 해외서 젖소 들여와 시작
    분유·치즈·식자재 분야까지… 사업영역 넓혀 종합식품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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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매일유업은 젖소를 신속하게 들여오기 위해 항공기로 수송했다(왼쪽 사진). 50년이 지난 현재 낙농 선진 기업이 됐다. 2016년 전북 고창에 연 상하농원에선 먹거리 수확부터 가공, 서비스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작은 사진은 1970년대 선보인 테트라팩과 분유(왼쪽), 그리고 최근의 후레쉬팩 4종. / 매일유업 제공
    1969년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종합 낙농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한국낙농가공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식량이 턱없이 부족해 국민이 굶주리던 시절, 매일 신선한 우유를 원 없이 마실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절박한 사명감으로 만든 회사였다.

    당시 농어촌개발공사(현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민간 자본 합작을 계획하며 함경도 출신 사업가 김복용(1920~2006년) 회장을 찾아갔다. 김 회장은 월남 후 1956년 공흥산업, 1964년 신극동제분 등을 설립하며 무역과 제분업으로 부(富)를 일궜다. "황무지를 초원으로 바꾸고 원유를 생산해 농가와 국민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달라"는 국가의 요청에 김 회장도 '낙농보국(酪農報國)'의 꿈을 품었다. 김 회장은 1971년 민간 대주주로 한국낙농가공을 인수했다. 국제개발협회(IDA) 차관, 정부의 개발 정책·자금 지원, 김 회장의 투자,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어우러지며 1차 종합 낙농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매일유업은 그렇게 탄생했다.

    항공기로 젖소 수입… 첨단 '멸균 포장' 기술도

    김 회장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젖소를 수입하고, 공장을 짓는 일부터 모두 맨땅에서부터 시작했다. 낙농 불모지였던 1970년대 농가는 젖소를 살 돈이 없었다. 우유 소비량도 극히 낮았다. 김 회장은 농가에 파격적인 신용 대출을 실시하고, 젖소를 항공기에 태워 수송해 왔다.

    1973년 준공한 호남공장(현 광주공장)은 우유 장기 보존을 위한 '테트라팩' 포장 생산 공장이었다. 당시에는 우유를 생산해도 고속도로가 없어 신선하게 배송을 할 수 없었다. 외국 특허기술을 들여와 선보인 테트라팩 멸균 포장 용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테트라팩 포장 우유는 6개월 이상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었다. 매일우유가 나오면서 도서·산간 벽지에도 우유를 공급하게 됐다.

    1974년 세운 중부공장(현 평택공장)은 유아식 전문 공장이었다. 이때부터 매일유업은 조제 분유 사업에 진출했다.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부족한 부분은 과감히 해외 기술을 도입하자는 김 회장의 의지로 첫 분유는 일본 '모리나가'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생산·품질 관리까지 배워왔다.

    유기농 우유, 냉장 주스… 국내 최초 제품들

    1980년 회사명을 '매일유업'으로 바꿨다. 이 시기에 매일유업은 제품의 다양화·고급화에 주력했다. 1981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중동에 조제 분유 6만캔(77만달러 규모)을 수출했다. 1986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한국인의 체질과 식생활, 시장 수요에 맞는 제품 생산에 나섰다.

    1987년 독일 밀루파의 기술, 100억원의 설비 투자로 새로운 이유식을 내놓았고, 1988년에는 독일 사노피에서 종균 기술을 들여와 새콤한 맛밖에 없던 요구르트 시장에 떠먹는 '바이오거트'를 출시했다. 1990년대에는 치즈, 식자재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허쉬 쵸콜렛 드링크' 제품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냉장 유통 주스 '썬업', 고급 커피 '카페라떼'를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2000년대 이후에는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락토프리 우유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출시했다. 우유를 마시면 복통, 설사를 보이는 사람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제품이다. 2008년에는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를 출시했다.

    2016년에는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9만9173㎡(약 3만 평) 규모 농촌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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