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보조금 걱정말라" 태양광 업체의 검은 유혹

조선일보
입력 2019.05.30 01:31

與 청년위원장 지낸 업체 이사장, 불법시공 했다 철거명령 나오자 벌금 등 점포주 피해 9개월째 외면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발전을 육성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관련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와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낚시용품점을 운영하는 이춘근(66)씨는 지난해 5월 태양광발전 업체인 '녹색드림협동조합'의 홍보 직원으로부터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직원은 "태양광은 정부 정책 사업이고 '태양광특별법'에 따라 시설을 설치하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조합은 실력이 막강하니 당국의 허가 같은 것은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은 허인회(53)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청년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옥상에 흉물처럼 설치된 태양광, 결국 철거 명령
옥상에 흉물처럼 설치된 태양광, 결국 철거 명령 - 작년 5월 태양광 발전업체 '녹색드림협동조합'이 서울의 한 낚시용품점에 설치한 철골 구조물과 그 위에 얹힌 태양광 패널. 이 점포의 사장은 "조합에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서 설치했는데 철거 명령이 떨어졌다"며 "간판도 못 달고 현수막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조합 측과 2800만원짜리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중 서울시 보조금은 600만원이었다.

녹색드림협동조합은 "서울시에 제출할 보조금 서류에도 서명해주면 우리가 보조금 신청도 대행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보조금 600만원을 잔금으로 치르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해 2200만원을 조합에 건넸다. 건물을 둘러싼 철골 구조물과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공사가 1주일 만에 끝났다. 단골들은 "흉물스럽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9월 마포구청에서 "불법 구조물"이라며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이행 강제금 751만원도 부과했다. 이씨는 뒤늦게 자기 점포가 '미관(美觀)지구'에 있어 외벽 공사 전에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합이 허가도 안 받고 공사를 한 것이었다. 이씨는 조합 측에 "엉터리 공사를 한 것 아니냐. 구청의 철거 명령도 조합이 해결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철거 명령은 유지됐고 조합 측은 되레 "잔금 600만원을 왜 주지 않느냐"고 나왔다고 한다.

점포 주인 이씨에 따르면 지난 3월 허인회 이사장은 "태양광으로 인한 구조물 때문에 벌금이 나오고 불법이 된 것"이라며 "태양광은 합법으로 처리하고 구조물 문제는 별도로 해결하면 잘 풀릴 것 같다"고 했다. 허 이사장은 "저는 제가 하는 일로 감옥도 여러 번 갔다 왔고 지난 1년 반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처럼 사회적 비난도 많이 받았다"며 "죄송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허 이사장은 "저는 회장님(이씨)보다 어리긴 하지만 나름대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거쳐온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시공 1년이 다 되도록 조합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조합에 피해 보상과 철거를 요구했고 결국 28일 태양광 집열판 등을 일부 철거했다. 그러나 설치 비용 환불, 피해액 보상 등의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허 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해당 점포가 미관지구에 있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그와 같은 구조로 시공해달라고 한 것은 이씨"라고 했다. 이에 이씨는 "튼튼하게 지어달라고 했지 언제 불법 시공을 해달라고 했느냐"고 반박했다. 허 이사장은 민주당 당무위원, 정책위부의장 등을 지낸 '586 인사'다.

그동안 태양광 사업은 여권이나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들이 그 보조금을 싹쓸이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허 이사장의 협동조합도 그런 곳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한국당 이철규 의원 측은 "무리하게 진행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허위 견적과 부실시공, 허위·과장 광고 등과 관련한 피해 신고 접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구조물, 배수로 부실시공으로 준공 후 붕괴·고장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KS 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중국산 저질 부품을 설치하고 사후 관리를 해주지 않아 고장 난 채 방치되는 사례도 상당수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태양광피해방지위원회'라는 카페를 개설했다.

각종 보조금 혜택을 노린 사기도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태양광 관련 소송은 276건이었다. 태양광 사기 업체는 주로 계약금 10~40%를 미리 챙긴 뒤 주민 반대 등을 핑계로 시간을 끌다가 폐업 후 잠적하는 수법을 쓴다. 최근에는 각종 태양광 업체들이 공단 명의를 도용·사칭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공단을 사칭한 영업 활동이 많아져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2억원을 투자하면 월 2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식의 태양광 분양 업체와 기획 부동산이 전국 각지에서 은퇴자들의 목돈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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