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앉아 듣는 이 작은 콘서트에 황병기·정경화·조성진도 다녀갔죠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9.05.29 03:01

    17년간 '하우스콘서트' 이끈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거쳐 간 예술가만 3500명… 정경화가 무대에 올랐을 땐 관객들이 말했죠, 땡잡았다!"

    악보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마룻바닥에 놓인 건 피아노 한 대뿐.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700번째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무대에 오른 사람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이자, 하우스콘서트의 주인장인 박창수(55·사진). 서울대 음대 작곡과 출신인 그는 미리 정해놓은 프로그램 없이 "그날 그 순간 첫 음을 어느 걸로 누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즉흥 연주의 세계"를 한 시간 동안 펼쳤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어깨를 맞대고 앉아 듣는 생음악이었다.

    박창수씨
    /오종찬 기자

    내 집 거실 같은 공간에 맨발로 앉아 연주자의 숨결을 코앞에서 느끼는 '마룻바닥 음악회'가 이달 700회를 맞았다. 관람료는 2만원. 출연자도 악기도 연주곡목도 매번 바뀌지만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는 점은 늘 그대로다.

    2008년 9월 열린 200회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나서서 강연했다. 3년 전 500번째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소리꾼 장사익이 무대를 채웠다. 이번엔 그 혼자 섰다. "나 자신에 대한 갈증이랄까요. 하우스콘서트 덕분에 공연 기획자로 알려졌지만 나도 예술가란 걸 한번은 보여주고 싶었지요."

    2002년 7월, 당시 거주하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 거실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다. '반발심' 때문이었다. "월드컵 열기로 잠실 등지에서 콘서트가 많이 열렸어요. 하지만 죄다 대중음악이길래 '진짜 문화는 이거야!' 하고 내놓았죠." 이후 중곡동·역삼동·도곡동을 거쳐 2014년 말 대학로로 옮겨왔다.

    그는 "연주 횟수만 채운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우스콘서트를 60여 국에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중계하는 파격 프로젝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2년부터는 전국 문화예술회관 같은 공연장, 가정집, 사찰·교회·성당, 학교, 군부대 등에서 작은 음악회를 병행했다. 그래서 그는 '무모한 몽상가'란 별명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고 했다.

    17년 동안 거쳐 간 예술가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조성진, 베를린 필 단원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영화감독 유현목 등 3500명이 넘는다. 연주자에겐 당일 관객들이 낸 입장료의 절반을 뚝 잘라 건넨다. 많이 받아봤자 100만원 선. 출연자를 알려주지 않는 '번개콘서트'에 섰던 정경화는 80만원을 받았다. "그날 관객들은 '땡잡았다!'며 엄청 반가워했지요." 나머지 절반은 프로그램 제작비, 와인과 간식 구입비로 쓴다. 이 때문에 매년 1억원씩 적자. 1년 전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근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주셨어요. 앞으로 6년은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박창수는 "큰 공연장 가서 비싼 돈 내고 봐야 좋은 것 봤다고 여기는데, 작은 음악회를 봐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저희는 긴 호흡으로 1000회까지 이어갈 겁니다." 다음달 3일엔 705번째 하우스콘서트가 열린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