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모 관람→로바다야키… 종일 붙어다닌 美日정상

입력 2019.05.27 03:00

도쿄에 간 트럼프, 아베와 3시간 동안 16홀 돌며 '골프 외교'
회동 직후 "日과 무역협상은 7월 참의원 선거 이후에" 트윗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의 기온이 32도까지 솟구쳐 오른 26일 오전 9시. 나루히토 일왕의 첫 국빈(國賓)으로 25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태운 전용 헬기 '마린 원'이 도쿄만(灣) 동쪽 지바(千葉)현의 한 골프장 페어웨이에 착륙했다. 미리 도착해 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헬기 바로 앞까지 걸어가 환한 얼굴로 그를 영접했다. 일본은 이날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였고 전날 지바현 일대엔 진도 5.1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두 정상의 '브로맨스'(brother+romance·남자 간의 우정을 의미) 골프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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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도널드 트럼프(관객석 뒷줄 왼쪽에서 둘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왼쪽에서 셋째) 여사가 26일 오후 도쿄 료고쿠 국기관에서 아베 신조(맨 왼쪽)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맨 오른쪽) 여사와 함께 의자에 앉아 스모 '나쓰바쇼(5월 대회)' 최종일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②트럼프 대통령이 우승자 아사노야마 히데키에게 미국에서 특별히 제작해 온 '미·일 우호를 위한 트럼프배(杯)' 트로피를 시상하고 있다. ③양국 정상 부부는 도쿄 번화가 롯폰기에 있는 로바다야키 방식(손님 앞에서 요리사가 음식을 구워주는 방식)의 유명 식당 이나카야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AP 연합뉴스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11번째이고, 골프 회동은 5번째였다. 이들은 골프 시작에 앞서 '미·일 동맹을 더 강하게'라고 쓰인 패널에 사인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라운딩 도중 아베 총리는 직접 카트를 운전했다. 두 정상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날씨에 헬기 발착용으로 폐쇄된 2개 홀을 제외한 16홀을 3시간에 걸쳐 다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회동에 만족한 듯 운동이 끝나자마자 트위터에 아베 총리를 배려하는 글을 올렸다.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는 중이다. 많은 부분은 일본의 7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겠다." 미·일 무역 협상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선거 이후에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베 총리도 트위터에 "새로운 레이와 시대도 미·일 동맹을 더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는 표정으로 찍은 셀카 사진을 올렸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5시쯤 레이와 시대 개막 후 처음 열린 스모 경기장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나쓰바쇼(夏場所·5월 대회) 최종일 경기가 열린 도쿄 료고쿠(兩國)의 국기관에 들어서자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관객들이 3분간 선 채로 스마트폰 사진을 찍는 바람에 주최 측에서 "경기 진행을 위해 앉아달라"고 방송해야 했다. 두 정상 부부는 도효(土俵·스모 경기판) 주변의 특별석 마스세키(升席)에 고급 의자를 놓고 관람했다. 원래 방석에 앉아 관람하는 것이 스모 전통이지만, 일본은 트럼프를 위해 전통까지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한 골프장에서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셀카 찍는 사이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한 골프장에서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아베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도효에 올라 이번 대회 우승자인 아사노야마 히데키(朝乃山英樹) 이름을 부르자 다시 환호성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스모 그랜드 챔피언'이라고 부르며 미국에서 특별히 제작해 온 '미·일 우호를 위한 트럼프배(杯)'를 시상했다. 높이 137㎝, 무게 30㎏의 대형 은색 트로피의 맨 위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장식물이 달려 있었다. 그는 도효를 신성시하는 일본 스모 전통에 따라 구두 대신 검은색 슬리퍼로 갈아 신고 시상했다.

이어서 두 정상이 향한 곳은 손님들 바로 앞에서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구워주는 로바다야키 방식의 유명 식당 이나카야 롯폰기 동점(東店). 트럼프 대통령은 식당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무역, 군사 문제에 대해서 아베 총리와 얘기했다"고 밝혀 북한 및 미·일 군사동맹 문제가 주요 대화 소재였음을 시사했다. 일본 경찰은 두 정상의 저녁 식사 장소 주변 5차로를 전면 차단하고 식당 바로 앞에 길이 30m, 높이 3m의 대형 천막을 설치했다.

저녁 식사는 오후 8시쯤 끝났다. 두 정상은 이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11시간을 붙어 있었으며, 세끼 식사를 같이 했다. 이 같은 두 정상의 밀착된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미·일 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뒤 다음 달 G20 정상회의 때 다시 일본을 찾는다. 그때는 인도까지 포함한 미·일·인도 3국 정상회담도 별도로 가질 예정이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25일(현지 시각)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인도, 일본은 3자 회담을 갖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한 공유된 비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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