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기술 절취범… 버그·매뉴얼 오타까지 베꼈다"

입력 2019.05.27 03:00

[번지는 美中무역전쟁]
WSJ "화웨이, 시스코의 불법복제 항의에 '우연의 일치'라고 변명
모토롤라 제품사양 빼돌려 유사제품 출시… 회로판 도둑촬영도"

글로벌 통신장비 메이커 시스코는 2003년 "소프트웨어와 관련 매뉴얼을 불법 복제했다"며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스코는 소장에서 "화웨이가 시스코 프로그램을 복제해 네트워크 중계장비를 만들었지만 버그(결함)까지 베끼는 바람에 이를 해결하느라 제품 출하를 늦춰야 했고, 시스코 매뉴얼의 오타까지도 그대로 베꼈다"고 했다. 시스코 고위 관계자가 중국 광둥성 선전의 화웨이 본사로 날아가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을 만나 증거를 들이밀었다. 시스코의 항의를 받은 런 회장의 반응은 "우연의 일치", 딱 한마디였다. 화웨이는 이듬해 시스코 소프트웨어를 일부 베낀 사실을 인정하고 시스코와 합의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中 전인대위원장, 화웨이 유럽 물류센터 방문 -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왼쪽에서 셋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화웨이 유럽 물류센터를 방문했다. 리잔수 위원장은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공식 우호 방문했다. /신화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각) '중국의 기술 강자인가, 아니면 연쇄 (기술) 절취범인가'라는 장문의 기사에서 "화웨이의 굴기(崛起) 과정은 기술 절취를 둘러싼 의혹으로 점철돼 왔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화웨이가 연루된 10건의 미국 연방법원 소송 문건을 분석하고, 화웨이의 전직 직원을 포함한 수십 명과 인터뷰한 WSJ는 "화웨이가 정상적인 성취와 기술 절취 같은 부당한 방법 사이의 경계가 아주 모호한 기업 문화를 가졌다"고 진단했다.

화웨이의 기술 절취 의심 사례
WSJ에 따르면, 2003년 시스코와의 소송 이후 화웨이는 기술 도용 의혹으로 지속적으로 제소당했다. 2010년에는 모토롤라가 화웨이를 제소했다. 모토롤라의 무선 네트워크 장비인 SC300 기술을 절취했다는 이유였다. 소송이 벌어지기 7년 전, 판샤오웨이라는 모토롤라 직원이 2명의 동료와 함께 베이징을 찾아 런 회장에게 모토롤라 SC300의 사양에 대해 비밀 브리핑을 했다. 판샤오웨이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친척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화웨이는 이후 SC300보다 작은 유사 제품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팔기 시작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판샤오웨이와 공모한 한 중국계 여성을 2007년 시카고 공항에서 체포했다.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그녀의 소지품에서 모토롤라 관련 기밀이 나왔다. FBI는 당시 런정페이 회장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었다. 모토롤라는 그러나 이후 중국이 자신들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나서자 소송을 취하하고 말았다.

미국 3위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2014년 "사람 손가락을 흉내 내 스마트폰을 테스트하는 로봇 기술을 화웨이 엔지니어들이 훔쳤다"며 화웨이를 고소했다. T모바일은 민사소송에서 이겨 480만 달러를 받아냈다. 미 연방 검찰은 민사 합의와 별도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네트워크 안테나 업체 퀸텔 데크놀로지, 스타트업 CNEX 랩스도 2015년과 지난해 각각 기술 절취 혐의로 화웨이를 제소했다.

화웨이 스웨덴 지사 출신 로버트 리드는 "그들은 기술을 훔치는 데 모든 자원을 사용한다"며 "(장비의) 주회로기판을 훔치고 중국으로 가져가 분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시카고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때 출입금지 지역에 전시된 네트워크 장비를 열어 회로기판을 촬영하던 화웨이 직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화웨이를 상대로 증거를 모았지만 광대한 중국 시장 진출 기회를 놓칠까 봐 소송을 접었던 기업들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광학 통신장비 업체 인피네라는 화웨이가 정부 보조금을 업고 경쟁사에 비해 30% 헐값에 입찰해왔다는 정보를 모았지만, 중국 정부의 보복을 의식해 끝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한편 화웨이에 대한 미 상무부의 거래제한 조치에 글로벌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와이파이(wifi)협회와 SD카드(모바일용 메모리)협회 등 글로벌 모바일 표준 관련 협회들도 화웨이를 회원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제재에 동참했다고 홍콩 명보가 26일 보도했다. 명보는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블루투스기술연맹도 조만간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와이파이, SD카드 협회의 제재는 새 표준을 정할 때 참가할 수 없는 정도의 피해가 따르지만, 만약 블루투스 연맹으로부터 사용권한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무선 이어폰 등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하는 제품 사용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美中 여성앵커 설전으로 번진 무역전쟁 뉴욕=오윤희 특파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