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는 눈치보이니 내유… 국내 명승지 도는 시의원들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9.05.27 01:31

    서울시 상임위 10곳 모두 세금 수천만원 들여 '지방 세미나'
    관광·휴양지·갤러리 관람 코스… 현안 점검 등과는 거리가 멀어

    올해 상반기 서울시의원 국내 세미나
    동해 해경은 지난 20일 "서울에서 직장 동료와 울릉도로 여행왔다 골절상을 입은 부상자를 헬기에 태워 강릉으로 후송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알고 보니 '여행객'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 소속 A의원이었고 '직장 동료'는 시의원들이었다. A의원 등 10여 명은 지난 19일부터 울릉도에서 '세미나' 중이었다. 그런데 이틀째 날 A의원이 계단에서 발목이 접질리면서 이들의 '여행' 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일부 시민은 "애초에 의원들이 휴가처럼 세미나를 떠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의원들이 봄가을 관행적으로 다녀오는 '지방 세미나'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경북 예천군의원이 외유성 해외 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했다 의원직에서 제명당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방의회에서 자정(自淨) 바람이 불었다. 서울시의회도 지난달 '책임성·청렴성 강화를 위한 자정 노력 결의안'을 내놓았다. 의원 해외 연수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내 연수에 대한 자정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원들이 외유(外遊)를 삼가는 대신 '내유(內遊)'를 챙기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시의원들은 최근 소속 상임위별로 잇따라 '지방 세미나'를 다녀오고 있다.올해 상반기 들어 상임위 10곳 모두 2박3일로 지방을 다녀왔다. '세미나' 한 번에 2000만원 안팎의 세금이 들어간다.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의 현안을 점검하고 의정 역량을 강화한다'고 내세운다.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각 상임위의 일정표를 보면 공식이 보인다. 우선 세미나 지역은 관광·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제주도, 경남 남해·거제, 전남 해남·강진, 전북 군산 등이다. 한 시의원은 소속된 상임위 2곳이 모두 제주도를 선택해 닷새 내내 제주에 머물렀다.

    명승지에 도착한 의원들은 유명 관광지 시찰을 챙긴다. 현지 기관을 견학하고 자체 토론하는 시간도 있으나 '현안 점검'이나 '의정 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먼 일정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제주도행 시의원들은 곶자왈과 오름 등 명소를 둘러봤다. 갤러리 관람도 단골이다. 환경수자원위원들은 통영에 들러 케이블카 탑승을 즐겼다. 이어 장사도 해상공원과 식물원을 구경했다. 시의 한 간부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련원 등 세미나 공간이 충분한데도 굳이 제주도·울릉도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우리 입장도 헤아려 달라"고 항변한다. 제주도로 세미나를 다녀온 한 의원은 "세금으로 놀러 간다고 비판한다면 할 말이 없다"면서도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여비를 좀 들이더라도 좋은 곳을 가도록 프로그램을 짠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다녀온 다른 의원은 "우리 광역의원들은 국회의원들과 기초의원 사이에 끼여 평소 고충이 심하다"며 "함께 고민을 나누고 역량을 강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의원들의 역량 강화가 아닌 유람에 세금이 들어간다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