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골프 셀카, 밤엔 선술집…트럼프·아베 '총 12시간' 한미 정상선 못 봤던 장면들

입력 2019.05.26 15:39 | 수정 2019.05.26 17: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골프로 방일 일정을 시작했다. 새 일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전날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귀국 전까지 12시간 이상을 아베 총리와 함께 보내며 ‘브로맨스’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군사 분야 등에서 부쩍 밀착하고 있는 미·일동맹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동맹에서나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군사 갈등 등으로 우리와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 대(對)일본 관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미·일 간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수도권 지바현 모바라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한 뒤 2시간 30분간 골프를 쳤다. 먼저 도착한 아베 총리가 헬기 착륙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아베가 직접 카트를 운전해 조식 장소로 이동했으며, 두 정상은 라운딩에 앞서 웃는 얼굴로 기념촬영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운딩 직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베 총리와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아베 총리와 지금 골프를 치려고 한다"며 "일본은 이 게임(골프)을 사랑한다.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의 엄청난 팬들이다. 게리 플레이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그들은 ‘게리도 사랑한다’고 했다"고 썼다. 라운딩 후에는 "아베 총리와 매우 즐거웠고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며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아베 총리도 라운딩 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셀카’ 사진을 올렸다. 그는 사진과 함께 "레이와(令和) 시대 첫 국빈으로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과 지바에서 골프를 쳤다"며 "새 시대에도 미일 동맹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올린 셀카를 리트윗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수도권 지바현 모바라시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골프 외교는 이번이 5번째다. 두 정상은 그동안 상대국을 방문할 때 대부분 골프 라운딩을 함께 해왔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7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서 18홀 코스를 함께 돌았다.

이날 라운딩에는 일본 원로 골프선수 아오키 이사오도 초청됐다. 아오키는 1983년 소니오픈에서 우승해 일본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에 오른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첫 일본 방문 당시 만찬 자리에서 그를 만나 그의 퍼팅 실력을 칭찬한 일도 있다.

두 정상이 골프 라운딩을 하는 동안 멜라니아 여사와 아키에 여사는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디지털 미술관 ‘팀랩’을 방문해 함께 작품을 관람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곳에서 초등학생 관람객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미·일 두 정상은 이날 국기관에서 나루히토 일왕 즉위 후 처음으로 열리는 스모 결승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도쿄 롯폰기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에서 만찬을 가진다.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수도권 지바현 모바라시의 골프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카트를 직접 운전해 트럼프 대통령 등 일행과 이동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방일 기간에도 두 정상은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낼 예정이다. 27일에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함께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루히토 일왕과의 만찬에도 배석한다.

또 28일엔 나란히 요코스카 기지를 찾아 일본이 항공모함으로 개조중인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 미·일 군사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아베·트럼프의 밀착은 1980년대 레이컨 대통령 시절 '일본 열도를 미국과 함께 소련에 맞서는 불침항모(不沈航母)로 만들겠다'고 했던 나카소네 총리나 2000년대 부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고이즈미 총리 시절 미·일 밀월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이 이처럼 '밀월'을 강조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미일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전방위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동북아의 맹방인 일본과 밀착하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중국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국내 정치적 요인도 밀착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앞두고 아베 총리와의 친근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여 국내 지지를 끌어올리려 하고, 아베 총리도 올 여름 참의원·중의원 동시 선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브로맨스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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