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리 정부·기업들과 방콕서 '5G 회의'… 화웨이 맞서 아세안 통신시장 진출 논의

조선일보
  • 노석조 기자
    입력 2019.05.24 03:02

    [번지는 美中 무역전쟁] 反화웨이 요청에 외교부는 난감 "구체적 협의 내용 말할 수 없다"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와의 '전쟁'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한 미국이 23일 태국 방콕에서 한국 정부·기업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대(對)아세안 5G(5세대 이동통신) 역량 강화' 회의를 가졌다. 외교 소식통은 "아세안(동남아) 지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전략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구상'이 정면충돌하는 격전지"라며 "미국은 아세안 지역의 화웨이 진출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와 삼성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콕 회의에는 박지현 주태국 공사, 삼성전자 통신 부문 담당자 등 한국 민관 관계자, 미 국무부 관계자와 미 정보통신 분야 정책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가 협동해 태국 등 아세안 지역의 통신 시장에 진출할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한국에 정보통신 분야 협력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며 "이번 방콕 회의도 '화웨이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포석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동남아·유럽 등 각국에 '화웨이 대신 삼성 통신 장비를 쓰면 된다'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 요청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23일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사실〈23일 자 A1·3면 보도〉이 알려지자, "미측의 입장을 알고 있다"면서도 "(해당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중국의 입장도 살피지 않을 수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화웨이 사태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 및 대응 전략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그는 외신기자들의 추가 질문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일본은 미·일 동맹의 원칙에 따라 '화웨이 배제' 결정을 내렸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를 받지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미·중 사이에 끼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미 동맹의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워낙 크고 '반화웨이 전선'에 참여할 경우 보복 피해도 만만치 않아 정부 당국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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