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 갈등 중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와 관련, 최근 우리 정부에 "중국이 부당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며 항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미측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미국이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이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에서도 우리 정부의 동참·지지를 촉구하는 등 미·중 갈등의 불씨가 우리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날아드는 모습이다.
복수의 한·미 정부 소식통은 이날 "미 국무부가 최근 외교부에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에 관한 입장과 최근 미측 대응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6개국 간 영유권 분쟁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역의 약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아세안 국가의 대리인 격으로 중국의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 중이다.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그간 중국을 의식해 중국 비판을 자제하면서 '남중국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최근 미국이 재차 확실한 지지를 촉구함에 따라 양국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관측이다.
당장 오는 5월 31일~6월 2일 한·미·중·일·러·아세안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최근 한·미 당국 간 소통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순 없다"고 했다.
미국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6, 20일) 남중국해 해역에 미 구축함을 항행시키는 작전을 실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위압적인 시도에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