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벤처공장서 수소탱크 폭발… 견학 온 기업인 2명 사망, 6명 부상

입력 2019.05.24 03:02

수소연료전지 제조업체서 발생
수소탱크 폭발음 6㎞밖 강릉 시내까지… 시민들 "지진 난 줄 알았다"

23일 오후 6시 22분쯤 강원 강릉시 대전동 과학산업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수소 탱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권모(38)씨 등 2명이 숨지고, 김모(42)·손모(38)씨 등 6명이 다쳐 강릉아산병원과 고려병원으로 후송됐다. 손씨는 병원 치료 후 퇴원한 상태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환자 모두 의식이 있는 상태"라며 "생명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숨진 2명과 부상자 3명은 이날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제조 시설을 견학하기 위해 대구에서 온 벤처기업인들로 확인됐다. 나머지 3명은 강원테크노파크 근로자로 파악됐다.

철제 골조만 남은 1000평 건물 - 23일 오후 수소탱크 폭발로 뼈대만 남은 강원 강릉시 대전동 강원테크노파크 내 강릉벤처1공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22분쯤 발생한 폭발 사고로 공장을 견학하던 벤처기업인 2명이 숨지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수소 주입 과정에서 기기가 오작동했거나 직원 부주의로 탱크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철제 골조만 남은 1000평 건물 - 23일 오후 수소탱크 폭발로 뼈대만 남은 강원 강릉시 대전동 강원테크노파크 내 강릉벤처1공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22분쯤 발생한 폭발 사고로 공장을 견학하던 벤처기업인 2명이 숨지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수소 주입 과정에서 기기가 오작동했거나 직원 부주의로 탱크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원도소방본부
소방 당국은 사고 직후 추가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을 대비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58명과 장비 49대를 사고 현장에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애초 소방 당국엔 폭발로 인한 건물 붕괴로 1명이 매몰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확인 결과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돼 오후 8시 1분쯤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다행히 폭발로 인한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폭발로 3300㎡(1000평) 규모의 건물이 철제 골조만 앙상하게 남았다. 산업단지 내 입주한 다른 업체들도 폭발 잔해물이 날리면서 창문이 깨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사고 발생 위치 지도

이날 사고는 태양광과 수소를 이용해 연료전지를 제조하는 업체에서 발생했다. 이 업체는 강원벤처공장 내 신재생에너지 기업실증센터에서 강원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수소 생산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사고 당시 공장엔 총용량 1200㎥의 수소 탱크 3기가 설치돼 있었으며, 이날 수소를 모아둔 탱크가 폭발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수소 탱크 3개 중 하나는 폭발로 완전히 사라졌고, 나머지 2개는 측면이 심하게 훼손됐다. 해당 업체는 정부의 '친환경 전지 융합 실증화 사업체'로 선정돼 강릉벤처공장에 입주했다. 지난달 시설 설비가 마무리돼 실증화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태양광에서 발생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저장해 연료전지를 만드는 설비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강원테크노파크와 소방 당국, 경찰 등은 폭발 원인 규명에 나섰다. 특히 폭발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다. 김성인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은 "탱크에서 수소 가스가 누출돼 외부의 충격으로 폭발했다면 반드시 화재가 뒤따라야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화재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외부로 수소 가스가 누출된 것이 아니라 탱크 자체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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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 파손된 수소탱크, 인근 공장도 폭격 맞은 듯… -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원테크노파크 내 수소탱크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돼 있다. 오른쪽은 폭발한 수소탱크에서 약 50m 떨어진 강릉벤처2공장의 폭발 후 모습. 폭격을 맞은 듯 철제 골조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강원도소방본부·뉴시스

이날 폭발음은 직선거리로 6㎞가량 떨어진 강릉 시내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폭발음을 들은 일부 시민은 공포에 떨었다. 시민 김모(50)씨는 "퇴근길에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울려 깜짝 놀랐다"면서 "소리가 워낙 커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도 폭발음을 묻는 글이 잇따랐다. 또 다른 시민 박모(34)씨는 "사고가 난 공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업체들도 창문이 깨지는 등 폭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서 "큰 폭발인 것 같은데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고 발생 직후 강릉시도 사천면 등 인근 주민에게 재난 안전 문자를 보내고 안전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았다.

강릉과학산업단지는 사천면 방동리와 대전동에 걸쳐 있다. 130여만㎡ 규모로 2006년 12월 완공됐다. 강원테크노파크, KIST 강릉분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강원지역본부,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강원산업기술연구소, 천연물연구소 등 연구 기관을 비롯해 벤처 공장이 입주해 있다. 특히 사고가 난 강원테크노파크는 강원도가 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중소·벤처기업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춘천, 원주, 강릉, 삼척 등 4곳에 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2007년 준공된 강릉벤처공장에는 28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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