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여점 문화재 품은 천년 寶庫의 빗장이 열렸다

입력 2019.05.24 03:02

경주박물관 '영남권 수장고' 개방, 신라유물 변화상 볼 수 있게 진열
"내진 설계로 6.8 강진에도 견뎌"

비밀의 성역이었던 수장고(收藏庫·유물을 보관하는 장소) 문이 활짝 열렸다. 신라 왕과 귀족이 썼던 굽다리 접시와 그릇, 항아리가 진열장 가득 층층이 쌓였고, 반대쪽엔 왕궁을 장식했던 연꽃무늬 수막새와 벽돌 기와가 시대 순으로 펼쳐졌다.

천년 고도(古都) 경주에 맞배지붕 올린 새 수장고가 들어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3일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연면적 총 9242㎡(2797평)에 달하는 영남권 수장고를 개관했다. 영남 지역에서 발굴한 매장문화재 60만여 점을 보관·관리하는 수장고로 경주뿐 아니라 대구·김해·진주 등 국립박물관 유물을 이관해 관리한다. 총사업비 263억원이 들었다.

수장고 10곳 중 한 곳 개방

제일 큰 특징은 출입 제한 구역이던 박물관 수장고를 개방한다는 점이다. 전체 수장고 10곳 중 하나를 상설 전시 형태로 열어 관람객들이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문이 열리면 양쪽에 들어선 거대 진열장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엔 기원전 1세기부터 통일신라 말기까지 토기를 시대 순으로 진열해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반대쪽엔 암막새와 수막새, 귀면와(鬼面瓦), 전돌 등 기와를 차곡차곡 쌓았다. 분황사·망덕사지·감은사지 등 사찰별로 출토된 유물을 각 진열장에 모았고, 월성 해자, 황성동 제철유적 등 생활 유적에서 나온 문화재도 따로 분류했다. 전시형 수장고에 내놓은 유물만 3000~4000점. 이재열 학예연구관은 "신라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 순으로 토기와 기와를 전시해 유물의 변화상을 살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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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이 23일 개관한 전시 수장고에서 관람객들이 층층이 쌓인 신라 토기를 감상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맞배지붕을 올린 수장고 외관. /사진가 오세윤·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 외에도 소장품 등록실, 열람실, 훈증실, 촬영실, 아카이브 공간을 갖췄다. 박물관에 들어온 유물은 통상 훈증(소독)→촬영→등록의 과정을 거친다. 소장품 등록실에도 벽에 대형 유리창을 설치해 바깥에서 작업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로비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금속·흙·돌 등 문화재 재료를 소개하고, 훼손된 문화재를 보존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진에도 끄떡없게

수장고 내부는 지진에도 끄떡없는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규모 6.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이동식 수장대를 개발했고 천장엔 전도 방지 장치, 바닥엔 탈선 방지 장치를 넣어 유물이 흔들리거나 떨어지지 않게 했다. 민병찬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도서관처럼 전시와 열람 기능을 갖춘 개방 수장고라 유물을 조사하고 싶은 연구자는 직접 수장고에 들어와 유물을 찾아보고 조사할 수 있다"며 "향후 20년간 영남권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보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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