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10주기 추도식, 1만7000명 참석...부시 "盧, 의견차 있었지만 동맹·국익 우선"

입력 2019.05.23 16:06 | 수정 2019.05.23 16:22

건호씨 "아버님은 '깨어있는 시민'과 '조직된 힘'을 믿고 정치"
文국회의장 "정치가 길 잃었지만 남아있는 우리 몫...평안하길"
李국무총리 "盧, 촛불혁명의 동력...못다이룬 꿈 이루려 노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1만7300명(추도식 주최 측 집계)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봉하마을 인근부터 차량 정체가 이어지자 주요 인사들은 버스에서 내려 추도식장까지 걸어갔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는 추도식 유족 인사말에서 "아버님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정치적 삶을 채우셨다"며 "'깨어있는 시민' 그리고 그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께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이제 아시아 최고의 모범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제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다양한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건호씨는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특별히 감사 말씀 드린다. (아버님과) 두 분께선 재임기간 중 참으로 많은 일을 함께 일구어 내셨다. 두분이 계시는 동안 한미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되었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01∼2009년)이 노 전 대통령(2003∼2008년)과 겹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저희 사이에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그런 차이가 한미 동맹의 중요성, 공동의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해준 중요한 동맹국이었다"면서 "미국은 이라크 자유수호 전쟁에 대한민국이 기여한 점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와 노 전 대통령은 기념비적인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협상·체결했다. 양국은 세계 최대의 교역국으로서 서로에 의지하는 동시에 자유무역협정으로 양국 경제는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며 "한국의 인권에 대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김정숙 여사와 권양숙 여사, 노건호씨 등과 별도로 환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께 경의를 표하러 방문했다고 말씀드리고 (권 여사에게) 제가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전달했다"며 "(초상화를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하면서 친절하고 따뜻한,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역군인 등을 모델로 그림을 그려왔고, 2014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 초상화를 미국 현지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이날 부시 전 대통령이 이동할 때 추모객들 사이에선 '부시!' '부시!'라는 외침이 나왔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노무현재단 제공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노무현재단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김정숙 여사는 검은색 정장에 검은 리본을 달고 추도식장을 찾았다. 김 여사는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입장했다. 이어 추도식장 맨 앞줄에서 함께 엄숙한 표정으로 고인을 기렸다. 유족들과 김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등이 차례로 헌화, 분향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건만, 정치는 길을 잃어 가고 있다. 이 짐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부디 당신을 사랑한 사람들과의 추억만 간직하고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이낙연 총리는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다"며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유족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유족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