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모 체벌 용인" 민법 조항 없앤다…아이 꿀밤 못 때리고 회초리도 치워야?

입력 2019.05.23 11:54 | 수정 2019.05.23 13:47

정부가 훈육을 목적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부모의 자녀 체벌을 막기 위해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 조항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하루 67건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관리감시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삶의 행복이 세계 꼴찌인 한국 아이들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등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처 합동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아동을 양육이나 훈육 대상으로 보지 않고, 행복할 권리를 가진 주체라고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동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가 책임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정 내 체벌 없애기 위해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 개정 추진
보건복지부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아동학대 사망 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명된 사건은 2만4433건으로, 하루 평균 67명의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30명에 달해 매달 2명의 아이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아동학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 현재 조사를 민간에서 맡고 있어 아동학대의 77%에 이르는 부모 직접 학대를 조사하기 힘들어서다. 현장에서는 부모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오히려 조사원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민간 조사원은 부모를 제재하거나 강제로 조사할 방도가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이 경찰과 함께 아동학대 조사를 수행한다. 또 지자체 아동복지심의원회에 사례결정위원회를 두고,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체계를 2022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진행하는 만 3세 유아 대상 전수 조사는 매년 한 번씩으로 확대한다. 가정 뿐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의 학대도 가려내기 위해서다. 오는 8월 첫 전수조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40만명, 가정방문을 통한 4만명으로 총 44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가 가정 내 자녀 체벌을 막기 위해 2020년까지 민법상 ‘징계권’ 용어를 변경하고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법 제915조에서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징계권이란 용어 자체가 부모가 자녀를 때려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어 징계라는 용어를 바꾸거나 사회적 통념을 기준으로 징계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벌’은 법률 용어가 아닌데다, 수용 가능 범위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있어 법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현실에서 ‘체벌’은 회초리나 꿀밤 같은 직접적 물리적 접촉뿐만 아니라 ‘손들고 서 있기’ 등 벌을 주는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 구체적인 규정을 놓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최소한의 체벌은 필요하지 않느냐, 아이들에게 손조차 댈 수 없는 것이냐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적 의미에서 모든 체벌을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아동학대는 형법상 이미 처벌받고 있지만, 징계권 조항 때문에 아이를 때려도 되는 것인냥 착각을 할 수도 있어 선언적 의미로 징계권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법상 징계 조항이 체벌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 징계 조항의 한계를 명확하게 한다면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체벌의 범위는 사회 통념에 부합하느냐를 놓고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현재 스웨덴 등 전세계 54개국이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이 민법상 징계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도 친권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아동학대방지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추후 징계권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3월 발표했다.

◇ 갈 곳 없는 아이 보호도 국가가 책임… 출생 ‘신고’는 ‘통보’로 아이 방치 예방
부모가 직접 돌보기가 어려워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는 연간 4000~5000명, 총 4만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아이들은 본인의 의향과 달리 부모가 최초 상담한 시설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부모가 아이를 맡길 때, 입양 기관과 상담하면 아이는 입양 절차를 밟고, 양육시설이면 시설에서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자체가 직접 부모와 상담한 후,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을 정하게 된다. 정부는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직 공무원 각각 700여명 늘린다. 내년 하반기부터 상담부터 가정조사, 보호결정, 사례관리 등을 하는 지자체 관리 체계가 만들어 진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는 보호 아동은 원래 가정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게끔 아이와 부모의 접견을 장려한다. 아이와 부모가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아이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확률이 높은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원가정 복귀 지원 프로그램이 개발돼 활용될 예정이다.

또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전문 가정위탁제도를 도입한다. 단, 부족한 전문인력의 확충을 위해 관련 법을 정비하고, 아동 보호 방법 중 7.8%에 불과한 일반 가정위탁의 양육보조금도 인상한다. 초기 정착금과 심리치료비도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민간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입양체계도 국가와 기자체 책임을 강화한다. 입양을 고민하는 생부모에게는 입양 대신 원래 가정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이 이뤄진다. 또 입양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입양숙려제 기간 연장도 검토한다. 예비 양부모에게는 아이와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입양 휴가제 등을 도입해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이런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조직인 아동권리보장원도 올해 7월 신설한다. 보장원은 8개 기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드림스타트사업지원단,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아동자립지원단, 디딤씨앗사업지원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중앙입양원 등)이 모여 지금까지 따로 운영돼 온 관련 정책을 통합해 추진한다. 또 통합전산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는 출산통보제를 도입해 부모 신고로 이뤄지는 출생신고에서 누락되는 아이가 없도록 한다. 또 미성년 산모 등 병원에서 아이를 낳기를 두려워 하는 사람에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익명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보호출산제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출생신고 없이 버려지거나 죽는, 또 사회 보장의 바깥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아이를 줄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복지부와 법무부 등은 올해 하반기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아동들이 운영하는 ‘대한민국 아동총회(아동총회)’에서 제안된 내용은 총리 주재의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보고돼 논의 결과까지 공표하기로 했다. 아동총회는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회의로, 아동 참여권 실현을 목표로 한다. 아동 정책 도입 전에 사전에 평가해보는 아동정책영향평가 제도는 올해 시범운영돼, 내년부터 본격 도입된다.

◇ 신생아부터 책임지는 건강… ‘우울한’ 마음까지 돌본다
아이의 건강은 태아 단계부터 관리된다. 임산부가 직접 보건소를 방문해 신청해야 했던 여러 지원 정책은 앞으로 모바일(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해 편의성을 높인다. 임신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 하는 고위험 임산부는 출산을 전후에 방문 서비스로, 신체와 정신 건강을 살피기로 했다. 아이가 만 2세가 될 때까지 지원한다.

신생아(생후 4~6주) 때 발생하는 돌연사를 예방하고, 신생아 관절이 약해 잘 빠지는 현상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 신생아 검진항목이 올해 추가된다. 또 유아기(4~6세) 검진에 난청, 안과검사 등을 추가해 언어와 학습 장애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영구치가 나는 12세쯤 부터 구강검진과 충치 예방 교육을 받는 아동 치과 주치의 제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아동 비만을 막는 모바일헬스케어, 천식과 아토피 등 만성질환에 대한 집중관리 시범사업도 내년부터 실시된다.

사회 문제로 여겨지는 아이들의 마음 건강 문제는 올해 안에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체 구성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는 상담 교사를 늘려, 마음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상담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학대 아이의 심리를 파악한 후에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해 트라우마가 남은 아이와 청소년에게 상담과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자살유가족 원스톱 서비스 시범사업은 올해 하반기 시작하기로 했다.

◇ 놀 시간 없는 아이들…아동 발달에 중요한 놀이 늘린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방과 후 놀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이로 인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우리나라 아이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OECD 평균인 7.6점 보다 낮다. 또 가족·친구·여가 등 사회관계적 측면에서 결핍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놀이 정책이 추진된다. 먼저 올해 하반기 구성되는 ‘놀이 혁신위원회’는 각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놀이 혁신 행동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동 발달에 놀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올해 하반기 지역 놀이 정책 컨퍼런스도 진행하기로 했다. 부모와 일반인에게는 소셜 미디어 등으로 홍보하고, 교사에게는 직무교육 강화 등으로 놀이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또 놀이혁신 선도지역 20곳을 선정해 지자체 특성을 살린 놀이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만 3~5세 대상 누리과정은 ‘놀이 중심’으로 개편해 하루 한 시간 이상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수업 앞뒤로 있는 쉬는시간을 합쳐 적어도 하루에 30분은 실컫 놀게 하는 등의 놀이시간 포함 교육과정을 2022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에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교실이나 학교 내에 놀이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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