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올라탄 막말 정치, 포퓰리즘 부추긴다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9.05.21 03:00

    "천안함부터 現정부 정책까지… 진영 논리 따라 좌우로 흔들려"
    정치적 양극화·유권자 불신에 포퓰리즘 폐해도 극단화하는 것

    최근 남미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서는 인종적 편견이나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성 언론에 극단적 불신을 드러내며 비방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과격한 트윗으로 직접 소통에 나선다. 한국 정치도 '포퓰리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국내 정치학자들의 진단이 나왔다.

    서병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가 과거에 비해 포퓰리즘 성향을 조금 더 강하게 띠고 있다"면서 "이분법적 단순 논리가 한국 정치를 잠식하면서 포퓰리즘의 폐해가 점차 노골화, 극단화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포퓰리즘 정치가 갖는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도 포퓰리즘 정치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원장 윤영오) 주최로 열리는 학술회의 '21세기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에서 발표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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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보수 단체 회원들과 촛불 집회 참석자들이 바리케이드를 기준으로 절반씩 나뉘어 집회를 연 모습. 극단적 진영 논리가 한국 정치에서도 포퓰리즘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훈 기자
    서 교수는 발표문 '포퓰리즘의 세계화와 한국 정치의 앞날'에서 한국 정치에서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세 가지 요소에 주목했다. 도 넘은 '막말 정치'와 '진영 논리'의 횡행, 제도권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을 부추기면서 '반정치(反政治)'를 조장하는 현상이다. 그는 "과거의 천안함 사건부터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책 현안과 이슈가 진영 논리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면서 "고도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판단 가능한 사안인데도 대중은 거침없이 특정 주장에 편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포퓰리즘 정치와 한국 민주주의의 개혁 방안'에서 포퓰리즘 부상(浮上)을 우려하는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낮고, 다음으로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정치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현실에 대한 불만 속에서 '찬란한 과거(good old days)'에 대한 그리움이 표출되거나 집단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시점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꼽았다. 강 교수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 후보는 기존 정당보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적 지지의 결집이라는 방식으로 지지를 동원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포퓰리즘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 역시 "'의도된 막말'에 관한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포퓰리스트 기질이 다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교수 모두 노무현 정권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처럼 포퓰리즘 정당이 정치적으로 부상하거나 선거를 휩쓰는 것과 같은 현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강 교수)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포퓰리즘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책'으로 의회 권한 강화와 양원제 도입 검토,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정당 공천 방식 개혁, 시민 교육 강화 등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포퓰리스트 단순 정치가 한국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틈입(闖入)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소셜 미디어의 확산에 힘입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믿고 싶은 것만 믿다 보면' 포퓰리즘이 똬리를 틀기에 더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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