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대통령, 개별사건 搜査 언급은 검찰청법 저촉… 法治 기본은 법적 절차"

조선일보
입력 2019.05.20 03:12 | 수정 2019.07.29 18:49

문재인 정권의 첫 검찰 인사를 비판했던 당시 檢事… 이완규 변호사

문재인 정권 출범 초 '적폐 청산'의 바람 앞에 모두 납작 엎드리고 있었을 때, 청와대가 첫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특검팀의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이다.

그때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인사의 적법 절차를 어겼다"고 비판했다가 석 달 뒤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이가 이완규(58) 변호사였다. 검찰 안에서 최고의 형법 제도 이론가였던 그는 '형사소송법연구' '검찰실무' 등을 저술했고, 노무현·이명박 정권 시절 공수처 설치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여했다.

나는 가벼운 얘기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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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변호사는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니 검찰이 ‘정권의 개’ 소릴 듣는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윤석열 중앙지검장과는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 동기 아닌가?

"친한 친구이지만, 그 임명이 법적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검찰청법에는 검사의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청와대가 검찰 간부 인사를 직접 발표한 적은 없었다. 청와대가 사실상 인사를 결정해도 법무부가 발표하는 형식은 취해왔다."

―다른 정권에서도 청와대가 검찰 고위급 인사를 해왔지 않나?

"검찰이 '정권의 개(犬)'라는 말을 듣는 것은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에서 청와대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과거 정권에서도 청와대 뜻대로 검찰 인사는 했지만 외양으로는 절차를 지켰다. 이 정권은 노골적으로 절차를 무시했다. 후배 검사들에게 격려금을 돌린 이영렬 서울지검장 등도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직위 강등을 당했다. 감찰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이었다."

―현 정권의 화법을 빌리면 '검찰 적폐 청산' 차원이 아니었겠나?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한 것뿐이었다.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법치주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내가 순진했나. 법치의 기본은 법적 절차를 지키는 것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판을 벌였던 '검사들과의 대화'에 나가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검찰인사심의위원회를 설치했으면 한다"고 발언한 적 있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찍혔지 않았을까?

"노무현은 '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평검사 시절이라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 하지만 족쇄처럼 따라다녔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안 좋은 인상을 가졌을 것이다. '검사들과의 대화'에 참가한 검사 10명 중에서 한 명만 현직에 남아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이 주요 과제였다. 당시 대검연구관으로 이 논의에 참여했는데?

"당시 공수처는 전체 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2000여명 규모의 사법경찰기구로 상정했다. 사정기구를 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옥상옥(屋上屋)' 논란이 있었지만, 조직 편성에서 위헌성(違憲性) 문제도 제기됐다. 지금 공수처 신설 논의는 헌법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핵심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뜻인가?

"국가 권력 기구는 선출직(대통령이나 국회)과 연결돼야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다는 정당성이 확보된다. 권력을 행사할 때도 반드시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로 공수처장을 출석시켜 책임을 묻거나 해임 건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에서 벗어나면 위헌이 되는 것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와 있는 공수처법은 그런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가?

"국회 통제가 이뤄지려면 공수처를 장관급인 공수부(部)로 승격시키거나, 아니면 법무부나 행정안전부의 산하 기구로 둬야 한다. 이런 헌법적 문제를 따져야 하는데, 지금 논의는 '어떻게 독립성을 부여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독립성을 거꾸로 말하면 아무도 공수처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제도를 만들 때는 사람의 선의를 믿으면 안 된다. 자칫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괴물이 탄생할 수 있다."

―공수처의 비리(非理)가 있으면 검경이 수사하면 되고, 서로 견제할 수 있지 않은가?

"수사를 하려면 범죄가 이뤄져야 한다. 공수처가 표적 수사나 봐주기 수사, 과도한 수사를 한다고 해서 그게 범죄는 아니다. 이를 어떻게 견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나."

―현 정권은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공수처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킬 것으로 본다. 국민 찬성 여론도 높다.

"개혁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고위공직자 비리 처벌에 누가 반대하겠나. 이를 위해 공수처 신설에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찬성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거나 속이는 면이 있다. 공수처만 생기면 고위공직자 비리가 일소될 리 없다. 자칫 통제 안 되는 괴물 같은 조직이 될 위험도 안고 있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최종 임명하게 된다. 야당은 공수처가 검찰처럼 정권의 또 하나 칼이 될 가능성 때문에 반대하는데?

"노무현 정권에서는 수사 인력 2000명의 거대 수사기구를 생각했다. 그럴 경우 자기편으로 다 채울 수 없었다. 지금 논의되는 공수처는 소규모 조직이다. 자기 쪽 사람만 심을 수 있다. 청와대로서는 잘 베는 칼을 하나 더 가질 수 있는 것이다."

2003년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오른쪽 앞줄 검사들 중 셋째가 이완규.
2003년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오른쪽 앞줄 검사들 중 셋째가 이완규.

―공수처 신설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검찰이 정권의 충견(忠犬)처럼 해오지 않았으면 굳이 이를 논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검찰이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1차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경찰은 지금처럼 치안과 관련된 민생사범 수사를 맡고, 검찰이 맡아온 공직비리 수사는 공수처 같은 수사기구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수처 신설에 찬성 입장인가?

"노무현 정권 시절 논의됐던 사법경찰기구로서의 공수처라면 찬성한다. 대신 공수처는 검찰과 국회에 의해 통제받아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법안에는 검찰도 지금까지 해오던 비리 수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공수처와 경쟁 관계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직접 수사보다 지휘·감독·관리하는 역할로 가야 한다."

―검찰이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것은 신분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도 잡아넣을 수 있다는 공포의 '수사 권력' 때문이었다. 검찰이 과연 이런 힘을 내려놓을까?

"검찰의 역할은 인지(認知)수사·특수수사에 있다고 믿는 소위 '특수통 검사'들은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이들이 요즘 잘나가는 검찰의 실세다."

―지난 정권에서 특수수사를 담당해왔던 대검 중수부를 폐지할 때 내부 반발로 시끄러웠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자 각 지검에 특수부를 강화했다. 이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대검 중수부보다 더 큰 조직이 됐다.

"대검 중수부는 사건이 터지면 전국의 엘리트 검사들을 모아 수사를 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 산하다. 검찰총장은 마지막 자리이기 때문에 어떨 때는 청와대 권력과 각을 세울 수 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인력도 많고 상설 수사기구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승진을 앞두고 있는 자리다. 이제 청와대가 검찰에 일을 시키는 게 훨씬 더 편해졌다. 현 정권 들어 특수수사·하명수사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나.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체제는 정말 위험하다."

―인사권을 쥔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더 발벗고 뛰게 된다는 건가?

"대검 중수부를 없애려고 했을 때 바로 이런 위험 요소를 국회에서 설명한 적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제 법무장관과 청와대로 곧바로 연결된다. 검찰 내부의 지휘체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에 힘이 실리고 검찰총장은 허수아비가 됐다. 일본 검찰이 도쿄·오사카·나고야 지검에만 특수부를 두고 있는 것처럼, 우리 검찰도 특수부와 수사 인력을 대폭 줄여야 한다. 대통령이 정말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뜻이 있으면 이렇게 가야 한다."

―민주화 이후로 검찰이 지금보다 더 정권 편향성을 드러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도 기무사 계엄문건, 박찬주 대장의 갑질,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장자연씨 죽음, 버닝썬 사건 등 개별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왔다. 검찰에 직접 수사 지시를 내린 것과 같은데, 이게 법적으로 맞는가?

"검찰청법에 저촉된다. 대통령은 법이 아닌 여론을 업어 수사를 밀어붙인 것이다. 대통령이 정 그런 뜻이 있다면 법무장관에게 얘기할 수는 있다. 법무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만 지시할 수 있다."

―상당수 국민은 이런 사정을 몰라 대통령에게 손뼉을 친다 해도, 법을 다루는 검찰은 대통령 발언의 위법성을 알면서 왜 따르는가?

"인사권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법무장관이 정상적이라면 대통령의 그런 발언을 막아야 했다."

―검찰은 청와대에만 눈치를 볼 뿐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모두 쥔 막강 권력이다. 검찰의 힘 빼기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불리해지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수사의 개시와 종결은 구분돼야" 등을 말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의 폐해를 떠올리면 코미디처럼 들렸다.

"검찰이 비난받고 있지만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거대 권력으로 등장할 경찰을 통제 못 하게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검찰이 자기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반발하는 것으로 비치는데?

"조국 민정수석이나 박상기 법무장관은 교수 출신이라 실무적으로 잘 모르는 것 같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은 담당 수사관이나 팀장이 범죄 유·무죄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공소권의 일부를 경찰이 갖겠다는 뜻과 같다. 이런 사례는 세계에서 우리 경찰밖에 없다. 유·무죄 분쟁에서 공소권 처분 판단은 검찰, 최종 판단은 사법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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