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순위 韓 추월, 美와 동맹 강화… 심상치 않은 日 군사야심

입력 2019.05.19 06:23 | 수정 2019.05.19 12:01

군사력 강화한 日, 세계화력지수 6위로 2계단 상승
中 견제나선 日…美·日 군사협력도 강화

2019년 글로벌파이어파워(세계화력지수)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군사력은 세계 6위로,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 뛰어 올랐다. 우리나라는 7위 자리를 고수했고, 6위였던 영국이 8위로 떨어졌다. 전체 병력에서 한국은 62만5000명으로 일본(24만7000여명)의 2.5배 많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일본이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의 군사 협력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국가별 군사대비태세를 보여주는 GFP(세계화력지수) 순위. 지난해 8위였던 일본은 2계단 상승해 6위를 기록했다./GFP 캡처
◇군사 최강국은 역시 미국…이어 러시아·중국 순

글로벌파이어파워는 미국의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으로,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이 각국의 군사력을 평가할 때 자주 인용한다. GFP 지수는 병력 규모(예비역 포함)와 육·해·공 각군의 장비 규모를 평가한다. 여기에 국방비 예산과 전체 인구를 반영한다. 석유 생산과 외화 및 금 보유고 등 전쟁시 가용한 자산도 고려한다. 반면 핵무기 보유 여부와 핵탄두 숫자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각 국의 정치적 상황이나 군 지휘부의 리더십도 평가에서 제외한다.

GFP 지수 1위엔 미국이 0.0615로 1위에 올랐다. GFP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세다는 의미다. GFP 측은 '0' 포인트는 '완전한(Perfect) 군사대비 태세'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육·해·공 모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중에, 특히 공군력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했다.

2위엔 러시아(0.0639)가 올랐다. GFP는 러시아의 육군 전력이 미국과 중국보다 앞선다고 평가했다. 전차와 자주포를 미국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3위는 중국(0.0673)이 차지했다. 중국은 대부분의 전력이 2~3위를 기록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4위는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0.1065)가 올랐다. 인도는 최근 중국의 남아시아 팽창 정책에 위협을 느끼고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엔 26억달러(한화 3조원)를 들여 대잠수함 공격이 가능한 미국의 첨단 해상작전 헬기 MH-60R 시호크 24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엔 육군용 첨단 돌격소총 7만2400정 구매 계약을 마무리했고, 9만정 이상의 자동소총 구매 계약도 추진 중이다. 러시아에서 미그-29 개량형 21대를 들여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5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0.1584)가 차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9일 아시아·유럽 51개국 정상이 참석한 아셈(ASEM) 정상회의에서 서류를 읽고 있다./AFP·연합
◇일본, 8위에서 6위로 상승…'군사 야심' 반영됐나

이번 GFP 지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일본의 순위 상승이다. 일본은 올해 8위에서 영국과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2계단 상승한 6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6위로 오른 것은 최근 전투기를 비롯해 공군 전력을 대거 확보한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은 최신 스텔스기인 F-35A를 작년에 첫 실전 배치했고 2020년까지 F-35A 총 42대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공군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해상전력도 강화하고 있다. GFP에 따르면 연안 경계 임무를 맡는 초계함급 이상 함정 수는 우리가 166척, 일본이 131척으로 우리가 더 많지만 구축함은 우리가 12척인데 반해 일본은 37척에 달한다.

일본 아베 정권은 작년 말 ‘방위대강 및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을 마련했다. 방위대강은 10년마다 개정하는 것이 관례지만, 아베 정권은 2013년에 이어 5년만에 방위대강을 바꿨다.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는 향후 5년간 방위비로 사상 최대 예산인 27조엔(약 267조원)이 투입되는 방안이 담겼는데 헬기탑재형 호위함 이즈모에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해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일본의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이자 헬기탑재형 호위함 ‘이즈모’과 ‘카가’가 스텔기 전투기에 맞춰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게 된다. 또 방위계획대강에는 F-35A 63대와 F-35B 42대 등 F-35 전투기를 105대를 추가 구매하는 방침도 명시됐다.

아베 정부가 이처럼 군사력 증강에 나선 까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방위대강을 발표하며 중국에 대해 "우리나라(일본)를 포함한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보상의 강한 우려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방위대강을 발표하며 북한에 대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는 행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본질적인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오로지 방어만을 위해 최소한의 방위력만 보유하는 ‘전수방위(専守防衛)'’ 원칙을 ‘적극방위’ 개념으로 바꿔 군사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육·해·공군은 물론 우주·사이버·전자전 등 다양한 분야의 국방력을 갖추는 ‘다차원횡단적 방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력 강화는 한·일 간 병력 규모 격차마저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GFP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병력은 24만7157명으로 한국(62만5000명)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예비군 규모는 한국이 520만2252명으로 일본(5만6000명)보다 100배나 많다.

◇日, 美와의 동맹 강화로 날개까지 달아

일본의 군사력 순위 상승과 더불어 미국과의 군사동맹 강화 움직임도 눈에 띤다. 주한 미 해군과 미 7함대에 따르면 아메리카함과 뉴올리언스함이 일본 사세보항에 배치됐던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스테덤함(DDG 63)과 강습상륙함 와스프함(LHD 1) 전력을 대체할 예정이다. 미 해군의 이런 조치는 일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걸고 항공모함 건조 등 해군력을 빠르게 증강하고 있다.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을 최전방 방어기지로 삼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 대한 작전 활동도 고려한 군사력 배치로도 보인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기존 구축함 스테덤(DDG 63)함과 상륙함 와스프함(LHD 1) 대신 상륙함 두 대가 들어왔다"며 "상륙함은 구축함에 비해 방어보단 공격에 특화된 함인데, 미 해군이 기존 전략을 보다 공격적으로 바꾸려는 전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통해 군사적인 균형을 지키고 미국과 일본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 엔진 등의 부품과 미사일을 제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관련 기밀을 일본에 대해서만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F-35의 설계 기밀을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공동 개발국에는 제공하지 않았다. 이를 F-35 공동 개발국도 아닌 일본에 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일 동맹이 견고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덕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실리를 챙기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이지스함을 6척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일본에 추가 구매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일본이 받아들여 내년 중 2척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며 "대신 일본은 레이더를 개발할 때 들어가는 반도체를 일본 것을 써달라고 요구하는 등 전략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또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최신예 레이더 배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할 신형 레이더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미·일 군사협력은 사이버·우주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담(2+2)에서 미·일 양국은 일본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이를 무력 공격으로 간주하고 미국이 반격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미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미 7함대 홈페이지
◇日군사력 강화, 우리에겐 득인가 실인가

일본의 자체 군사력 강화와 미·일 군사 협력 강화 움직임 속에 한·일 간에는 군사 갈등을 빚고 있다. 한·일 양국은 '레이더 갈등'을 겪었고, 국방부가 지난 1월 공개한 '2018 국방백서'에선 국방교류 협력 부분에서 과거 국방백서에 계속 등장하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가치 공유'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미국 이외 주변국과의 군사교류 협력을 기술하는 순서도 과거 국방백서는 한·일, 한·중, 한·러 등의 순이었지만, 이번에는 한·중, 한·일, 한·러 순으로 달라져 일본과의 냉랭한 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주일미군이 없다면 주한미군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는 육군 중심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주한미군도 육군 중심으로 편제돼 있고, 미국이 가진 해군, 공군, 해병대 관련 시설은 전부 일본에 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합쳐져야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의 병력과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후방 병참기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군사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유엔사는 일본 도쿄(東京) 요코타,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자마,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후텐마·화이트비치 등 7곳에 후방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군은 한반도 유사 상황을 대비해 이곳에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있다. 이들 병력과 물자가 한반도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덕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정치·경제·안보·문화 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일본에 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9일 한·미·일 국방당국 간 정례협의체인 '한·미·일 안보회의(DTT)'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선 미국의 중재 속에 한·일 군사 갈등의 해법을 찾았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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