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원 턱 밑, 고삐풀린 환율…"정부 뭐 하나" 외환시장 아우성

입력 2019.05.19 06:00

원화가치 급락…무기력한 외환당국에 불만 목소리 고조
"불안심리 잠재워야…급등세 지속되면 펀더멘탈 우려도"
수출 늘리려 방치하나 의구심, 정부 "환율 효과 안 커" 반박

외환시장에서 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깨며 1200원 턱 밑까지 올라왔는데 원화 가치를 안정시키겠다는 외환당국의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정책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한국은행 국제국의 외환정책 책임 부서와 이곳을 관장하는 고위 당국자들을 지칭한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당국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이 오르고 있을 때 "환율 상승폭이 과도하지 않다"고 한다거나, 원화 안정을 위한 개입 시점을 장 마감 직전으로 선택해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수출을 어떻게든 늘리기 위해 환율 상승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17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연합뉴스 제공
◇환율 1200원 코 앞인데…외환당국, ‘시장 안정 조치’ 없어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 간 60원 넘게 급등했다. 지난달 17일 1134.8원을 기록했던 환율은 이달 17일 1195.7원으로 5.4% 올랐다.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연고점을 경신한 건 지난 9일부터 7거래일 연속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이번주 1200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달러·위안환율이 6.94위안대로 상승(위안화 절하)하면서 원화가 동반 약세 흐름이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들의 증시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7일 전거래일보다 11.89포인트(0.58%) 하락한 2055.80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 동안 2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보인건 7거래일째로 국내 증시에서의 이탈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면서 원화 약세의 요인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 없어 단기적으로 1220원까지 열어놓고 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도 나오지 않아 상단이 제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데, 외환당국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각종 점검회의 때 나오는 '외환시장을 주시하겠다'는 메시지는 있었지만 외환당국자의 구두개입으로 인정될 발언은 많지 않았다는 게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이다.

지난 13일에는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기자들과 만나 "(원화의 변동폭이) 다른 주변국과 비교해 과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평가하면서 오히려 환율이 급등했다. 바로 하루 뒤 환율은 달러 당 1190원을 찍었다. 통상 외환당국은 환율 급변동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다고 판단했을 때 구두개입과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 시중은행 연구원은 "누가 봐도 상승세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국 대비 오르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은 상승 요인으로 이해됐다"며 "정부가 환율 상승을 크게 막지 않으려고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무기력한 시장개입에 불신 쌓여…정부 "환율 효과 크지 않아"

환율이 1190원을 뚫고 올라오면서 외환당국이 간헐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실개입 추정 물량의 경우 1190원선부터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막을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오히려 개입시점을 잘못 잡아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렸다. 지난 16일에는 장 마감을 10분 앞두고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 마감가가 크게 오른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17일에는 장중 미세한 개입추정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역시 장 마감 직전 시장의 매수세가 앞서면서 환율 급등을 막지 못했다.

한 선물사의 연구원은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고는 있지만 환율 수준을 낮추기 보다는 상승 속도를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분위기"라며 "당국이 1200원대를 막으려는 움직임은 있는데 시장의 매수세가 강해져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외환당국이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환율 상승을 방치하는 것 같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달러로 표시된 수출가격이 내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감소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수출이 0.51%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 이로운 측면에 있어 당국에서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시장의 관측에 선을 긋고 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5월 그린북(최근의 경제동향) 발표 브리핑(16일)에서 "환율 상승은 이론적으로 보면 가격 경쟁력에서 플러스 요인이지만 옛날처럼 우리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최근에는 수출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 펀더멘털 평가에 악영향…"韓경제 불안감 차단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와 펀더멘털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마냥 내버려둘 일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요소로 투자자의 심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가격이 올라가 수입부품·원재료의 의존도가 높은 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환율이 장기 박스권을 벗어나 급등하게 된 계기가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율 급등은 우리나라의 성장세를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가 될수도 있다. 환율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질 때는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구매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당국의 개입이 필요이 요구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관점이 상당히 불안정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며 "지금의 환율 상승에 미·중 무역분쟁 영향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악화됐다는 점도 반영이 돼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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