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도성장 속에서 전쟁의 상처를 은폐했다"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9.05.18 03:00

    '민주와 애국'
    민주와 애국|오구마 에이지 지음|조성은 옮김|1143쪽|6만5000원

    책 읽던 곳을 찾기 쉽도록 중간에 끼워 두는 책갈피나 끈을 서표(書標)라고 부른다. 한글판 1143쪽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이 벽돌책은 서표 역할을 하는 끈이 둘이나 달려 있는 흔치 않은 경우다. 1962년생 사회학자로 게이오대 교수로 재직하는 저자는 기타리스트이자 탈원전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

    이번 책에서는 민주(民主)와 애국(愛國)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사회 문화사를 종횡무진 한다.

    저자는 일본 전후 시대를 구분하는 기점으로 1955년을 꼽는다. 그 이전에는 패전 이후의 혼란 때문에 "사회 질서가 아직 유동적이었고 미래는 불확실했다"는 진단이다. 당시에는 좌익이 애국과 민족을, 보수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다. 따라서 '진정한 애국' 같은 구호가 좌파의 전유물이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반면 일본의 1인당 국민총생산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1955년부터는 안정과 질서가 혼란을 대신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전쟁 체험의 상처를 직시하기보다는 고도성장 속에서 그것을 은폐해 버리는 길을 택했다"고 진단한다. 이는 최근 일본 우경화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와도 직결된다.

    하지만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일본 전체가 우경화되었다기보다는 의견의 분극화(分極化)라고 보아야 할 현상"이라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우익적인 의견을 쓰는 비율은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며, "일본 전체의 경향으로 오해하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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