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잘못 메워주는 국민 세금, 못 챙기면 바보 '눈먼 돈' 됐다

조선일보
입력 2019.05.17 03:20

대전시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한 버스 회사에서 75세·82세 직원 2명이 4년간 출근 한번 하지 않고 각각 5000만원, 1억원씩의 월급을 받아간 것이 적발됐다. 알고 보니 이 '유령 직원'들은 버스 회사 상무와 사업부장의 어머니였다고 한다. 부산과 수원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국민 세금이 수십억원 새나갔다. 적발되지 않은 업체들까지 합하면 전체 부정 수급액은 훨씬 많을 것이다. 모두가 국민 세금이다. 서울 등 7개 시·도가 해마다 준(準)공영제 버스 회사들의 적자를 메워주는 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 이 많은 세금을 주면서도 제대로 쓰였는지 아예 감사를 하지 않는 지자체들도 있다고 한다.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버스 노조가 파업하겠다고 하자 또 세금 1조원 이상을 준다고 한다. 이 중 상당액도 눈먼 돈이 돼 사라질 것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달래겠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밀어내기 식으로 뿌리는 바람에 퇴사한 직원이나 일 안 하는 사업주 가족 지갑으로 돈이 들어가고, 심지어 신청 안 한 업체에도 지원금을 떠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어떤 사업주는 "이렇게 세금을 써도 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주며 전국에 24조원 규모의 건설 사업을 허가해준다고 한다. 도서관·체육관 지어주는 생활 SOC (사회 기반 시설) 건설에도 48조원을 쓰기로 했다. 여당은 지자체 민원 사업에 134조원을 퍼붓는 방안까지 들고 나왔다. 이 세금 중 상당액도 엉뚱한 사람들 배를 불릴 것이다.

정부가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며 책정한 8000억원의 벤처 지원 자금도 줄줄 새나가고 있다. 사무실에 컴퓨터와 전화기만 놓고 계획서를 제출해 벤처기업으로 등록하면 그냥 수억원이 나온다고 한다. 국민 세금이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인 돈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주문하며 세금을 더 쓰라고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바로 이날 국책연구소 KDI(한국개발연구원)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성장률 하락의 구조적인 요인을 해결할 수 없으며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할 줄 아는 게 세금 뿌리는 것밖에 없는 정권에 이 경고가 들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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