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49조→86조… 2금융권에 내몰리는 자영업자

입력 2019.05.16 03:01

['소주성'의 그늘] 자영업자의 눈물
자영업 연체율도 치솟아… 2금융권서 2%, 지방저축銀선 7.75%

전남 순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38)씨는 2년 전 새 가게를 추가로 낼 때만 해도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 가게에 손님은 뜸한데,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인건비 감당이 안 됐다. 1년 새 1억2000만원 적자를 봤다. 이미 은행 대출을 받은지라, 적자는 저축은행 대출로 메웠다. 빚은 순식간에 2억3000만원까지 불었다. 이씨는 새 가게를 접고 원래 가게만 운영하며 버티고 있다. 직원은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자신이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이씨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월급쟁이들 사정이 나아져 소비가 는다고 하는데, 장사는 제자리고 인건비만 늘어나니 답답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호주머니를 채워 주겠다'며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 부작용이 자영업자들의 빚더미로 돌아오고 있다.

◇자영업자들 2금융권 대출, 2년 새 2배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405조8000억원으로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40조1000억원(9.6%)이 늘어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작년 2.7%)의 4배에 육박한다. 은행 대출은 7.9% 늘었지만 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과 카드·저축은행·보험 등 2금융권 대출이 24% 급증했다.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1분기 86조9000억원에 달해 2년 전(49조300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금리가 높은 곳에 손을 벌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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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으면서도 “행복했습니다”, 梨大앞 건물 통째 공실, 청담동도 ‘텅’ - 내수(內需) 경기 침체에다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의 충격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빚덩이는 불어나고, 서울 도심까지 빈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폐업하면서 감사 인사를 진열장에 붙인 종로구 삼청동 상가(왼쪽),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이대앞 상가 건물(가운데), 고급 외장재로 멋을 냈지만 공실(空室) 신세를 못 피한 강남구 청담동 상가(오른쪽) 모습. /조인원 기자

늘어난 빚을 감당 못해 연체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7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분기 2.14%다. 조선·자동차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연체율은 올해 1분기 7.75%까지 치솟았다. 은행보다 높은 2금융권 대출연체율이 5%를 넘기면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보통 연체율은 경기(景氣)에 6개월 안팎 뒤따라가는데 침체 기미가 가시지 않는 요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자영업자들의 빚더미는 늘어나고, 연체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큰 생계형 업종에서 자영업자 연체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음식·숙박업의 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03%로 지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도소매업 연체율도 작년 1분기 0.75%에서 올해 0.88%로 올랐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득 주도 성장은 되레 자영업자에게 빚 부담만 떠안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책 실패가 민간 고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출 부실을 감수해야 하는 곳도 정부가 아닌 민간 금융회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사 CEO는 "소득 주도 성장 홍보는 정부가 하고, 그 비용은 기업들이 짊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연체율 높은 음식숙박업 대출 늘리라는 금융 당국… 시장 왜곡 부르나

금융계와 달리 금융 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급증의 주(主) 원인을 경기 침체와 금융회사 가계대출 제한에 따른 풍선 효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의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자영업자 대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금융 당국도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문제가 심상치 않자 15일 '가계·개인사업자대출 건전성 점검회의'를 열었다.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앞으로 업종별·업권별 상황을 들여다보고 취약 요인 등을 분석하면서 대응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일단 올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을 11%대로 묶고,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필수 관리 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대신 음식·숙박업처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큰 업종에는 초저금리 대출, 카드 매출을 연계한 대출을 더 늘리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개입이 또 다른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우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그나마 가장 연체율이 낮은 게 부동산·임대업인데 이걸 막고 취약한 업종에 대출만 한다면 회사 수익성은 어쩌란 말이냐"고 했다.

☞제2금융권

은행 외의 금융회사들을 통칭하는 말로, 저축은행·농수협 등 상호금융회사와 카드·보험·증권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개인이 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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