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中國의 선택은 '전기차+원전'

입력 2019.05.16 03:15

中 전기차 올해 160만대 판매, 보조금도 내년 아예 폐지… 환경오염은 원전으로 해결
어정쩡한 한국 전략 걱정돼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전체 시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맥을 못 추고 있다. 1분기 승용차 판매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4% 줄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 차량(NEV)은 판매가 급증했다. 신에너지 차량은 25만대가 팔려 120%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 중 순수 전기차는 판매 증가율이 160%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판매 대수가 16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한 해 2800만대 정도인 자동차 판매를 감안하면 신에너지 차량 점유율이 6% 가까이로 올라간다는 얘기가 된다. 2010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실시한 지 9년 만에 본격적인 상업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 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폐지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엔 보조금 지급 대상을 주행거리 250㎞ 이상 차량으로 축소하고, 보조금도 절반으로 줄이는 과도기 정책을 내놨다. 보조금 의존도를 낮춰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보조금 폐지 이후에도 시장 전망은 어둡지 않다. 쓸 수 있는 다른 정책 수단이 많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는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번호판 추첨제나 입찰제를 통해 차량 등록 대수를 제한한다. 번호판이 없으면 아예 차를 못 산다. 전기차에 대해 이런 등록 제한을 풀어주면 충분히 구매 경쟁력이 있다. 판매 대수가 늘면서 전기차 가격 자체도 떨어지는 추세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판매 대수가 2020년 200만대를 시작으로 2025년 700만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GM 등 글로벌 업체들도 앞다퉈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차세대 전기차 주도권을 둘러싼 한바탕 진검 승부가 벌어질 것임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공들여 키운 가장 큰 동인은 역시 환경 문제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먼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이런 계산은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전기차 증가가 바로 환경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은 여전히 전체 전력의 70%를 화력발전으로 조달한다. 발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대거 방출된다면 전기차 보급 확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국이 준비 중인 또 하나의 카드는 원전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세대 원전의 안전성 평가를 위해 지난 3년간 중단해온 신규 원전 승인을 재개한다. 올해만 10여건을 새로 승인할 계획이고, 앞으로도 매년 6~8기의 원전을 새로 승인할 전망이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2030년 중국의 원전 발전 비중은 12% 정도까지 올라간다.

중국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공포에 사로잡혀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이 나오자 1년 만인 2012년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지난 3년간 이 사고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장치를 대거 보완한 3세대 원전의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뒤, 올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전 없이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중국과 달리 우리는 어정쩡한 상태이다. 전기차 판매가 늘지만 중국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고, 탈원전 바람 속에 원전 산업은 주춤거리고 있다. 질주하는 중국을 보고 있으면 10년 뒤엔 중국 전기차가 서울 도심을 활보하고, 중국 기술자들이 우리 원전을 짓고 관리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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