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계은숙 "변명 대신 노래, 그것이 훨씬 더 편합니다"

  • 뉴시스
    입력 2019.05.15 22:27

    30여년만에 컴백하는 계은숙
    "어떤 사람과 사랑을 했었어요. 그런데 계은숙은 홀어머니 딸이고, 가수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스캔들이 터진 거죠. 이런 모욕이 있나라고 생각했고 방황했어요. 홀어머니의 연약한 가슴을 더 아프게 하기 싫어서 그때 일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은숙(57)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만큼 영욕의 세월을 보낸 가수가 또 있을까.

    계은숙은 15일 "열 여덟살에 데뷔했는데 쭉 돌아보면 안아줄 수도 있죠. 그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제 모습을 찾기에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는 것이 숙제입니다"고 말했다.

    1977년 '럭키'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계은숙은 1979년 '노래하며 춤추며'를 발표했다. 이듬해 10대 가수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귀여운 외모에 허스키하고 섹시한 목소리가 더해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스캔들로 인해 달아나다시피 1982년 일본으로 갔다. 일본은 가수 계은숙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 작곡가 하마 게이스케에게 발탁돼 1985년 '오사카의 황혼'으로 현지 데뷔했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와 빼어난 외모로 큰 인기를 끌었다. 40여 차례에 걸쳐 상을 받았다. 특히 일본 가수들의 꿈인 NHK TV '홍백가합전'에 1989년부터 1994년까지 7번이나 출연했다. 급기야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내리막길은 또 찾아왔다. 2007년 각성제 단속법 위반으로 이듬해 일본에서 강제 추방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와신상담하다가 2014년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마약 소지 혐의 등으로 2015년 국내에서 징역형을 받는 등 내리막길은 이어졌다. 사기 혐의로 2016년과 작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조국은 버릴 수 없었다.

    계은숙은 "한국생활보다 외국생활이 더 길었어요. 하지만 고국에서는 계은숙을 계속 찾아주시는 정서가 있죠. 저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해주셔서 바로 볼 수 있게 해주셨어요"라고 수용했다.

    약 37년 만에 새 정규앨범 '리:버스(Re:Birth)'를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번 앨범을 통해 제명처럼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타이틀곡 '길'를 비롯해 '헤이맨', '믿어줘' 등 신곡 9곡과 '기다리는 여심' 등 새롭게 리메이크된 기존곡 3곡을 포함해 총 12곡을 처음 공개한다. 팝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길'은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 고독이 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또 다시 웃으며 다시 한번 그 길을 걷고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항상 혼자라는 생각이 컸어요. 많은 분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응원을 해주셨었는데 말이죠. 제가 노래 없이는 살 수 없고, 다시 여러분께 의지하고 싶어서 노래를 다시 들려드리게 됐습니다."

    우여곡절, 파란만장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2016년 모친상을 당해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빈소를 지킨 것은 차라리 드라마다. 정신을 차리고 효도하려고 했지만,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졌고, 딸된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져 있던 때다.

    "당시 심경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제가 살아서 더 명예롭게 만들어야죠. 세상에서 열심히 산 기간이 더 길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안 계시지만,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팬들 앞에 다시 서서 노래하고 싶어요. 정말 제 가족과 같은 분들이죠. 일본에서 다 이루지 못한, 라이브 무대가 소원이에요. 팬들과 더 스킨십을 하고 싶어요."

    계은숙은 이날 처음 마약에 손을 대게 된 과정도 고백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더 엄하게 자라났어요. 그런데 일본에서 재산, 소속사, 매니저 등의 관계에서 (나쁜 일이) 다 한꺼번에 터져 엉망이 된 거죠. 제 재산도 1억엔가량의 빚 때문에 모두 넘어가게 됐습니다"고 털어놓았다.

    그간 1원 한 푼 빌려본 적 없는 그녀는 크게 좌절했다. 바로 그때 마약을 하게 됐다. "실어증에 걸리고 거의 반 정도 미쳐있었죠. 그렇다고 다량의 마약을 사용한 적은 없었어요. 정신적인 충격에 이성을 잃었던 순간이죠. 제 스스로에게도 화가 많이 나고 실망했습니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한국에 오니, 무지도 죄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싶었죠, 하지만 저는 거짓말은 하지 않고 살았어요. 오히려 너무 솔직해서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죠. 가수는 말하는 것보다 노래가 훨씬 더 편하죠. '착해서 이용을 당했다'며 바보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앨범 발매일인 이날 오후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리:버스' 쇼케이스를 여는데, 팬들이 이른 시간부터 몰려들기 시작했다. 막바지 계은숙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많더라고요. 근데 제대로 여행을 못해 봤어요. 명산을 다니면서 느끼고, 노래하고 싶어요. 시골 아줌마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평범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하하."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