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지원하려는데… 정작 北 쌀값은 급락

조선일보
  • 김명성 기자
    입력 2019.05.15 03:07

    작년 5000원서 올 4000원으로 6개월 가까이 가격 하락세 지속
    식량 사정 악화됐단 주장과 상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강조하며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내 식량 가격은 6개월 가까이 하락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쌀값은 최근 6개월 사이 1kg당 1000원가량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식량 사정이 악화됐다는 전망과 어긋나는 것이다. 북한 식량난이 실제론 심각한 수준이 아니거나 북 당국이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가격 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식량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데일리NK는 '평양의 쌀 1㎏ 가격이 지난해 11월 5000원에서 계속 떨어져 4월 30일 기준으로 4000원대에 형성돼 있다'고 했다. 같은 기간 평북 신의주의 쌀 1㎏ 가격도 5100원에서 4010원으로, 양강도 혜산은 5175원에서 4200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 전역에서 쌀 가격이 1000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북한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원화협동농장에서 올해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북한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원화협동농장에서 올해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이앙기 뒤에 앉은 두 여성은 모판을 뜯어 이앙기에 넣고 있고, 앞에 앉은 남성은 이앙기를 운전하고 있다. 이곳 농장원들은 김일성이 6·25전쟁 중이던 1952년 5월 10일 원화리를 찾아 농민들과 볍씨를 뿌린 것을 기념해 매년 5월 초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도 14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굶어 죽기 때문에 지원을 해야 된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마당의 식량 단위 가격이 작년 5000원 선에서 요즘 4000원 선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올해 1월 말 2호 창고(군량미 보관 창고)를 열어 시중에 쌀을 풀었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식량 지원이 들어와 공급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은 스스로 벌어 식량을 사지만 배급을 받는 당·정·군 간부들과 인민군, 교원, 기간산업 근로자, 평양 시민 등 핵심 계층에 공급할 식량이 부족해졌다"고 했다.

    앞서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이 2009년 이후 최저치인 490만t으로 올해 136만t의 곡물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입량과 과거 비축미 등으로 인해 실제 시중에서 쌀 부족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북한 전역에는 500여개 상설 시장과 2000여개 장마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일정 기간 식량이 저장·유통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작황 악화가 곧바로 식량난으로 연결됐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활성화돼 주민들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주민들이 비싼 쌀 대신 싼 잡곡을 소비하기 때문에 쌀값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14일 대북 식량 지원을 춘궁기인 5~9월 내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식량 상황 평가 보고서에 다음 가을 수확기까지 5~9월을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적시돼 있다"며 "이를 토대로 5~9월을 (지원 적정 시기로)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내 7대 종단 연합체 관계자 등과 만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은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주도하는 단체다. 중립적 의견 수렴보다는 식량 지원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조야(朝野)에선 식량 지원이 북 당국의 가용 자원을 무기 개발에 전용하도록 돕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감시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2일(현지 시각) "북한 정부의 책임을 외국의 지원으로 대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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