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는 표절이었나

조선일보
  • 이옥진 기자
    입력 2019.05.15 03:01

    "쿠바 작가 작품과 비슷" 주장 나와
    언론 "헤밍웨이, 평소 그를 칭찬"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쿠바의 한 무명작가 작품을 표절한 것일까.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사진〉'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쿠바 작가의 작품과 평행선을 그리듯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앤드루 펠드먼 미 메릴랜드주립대 교수는 이달 말 출간하는 저서 '혁명기 쿠바에서의 알려지지 않았던 헤밍웨이 이야기'를 통해 "헤밍웨이가 집필한 '노인과 바다'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쿠바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써왔던 엔뤼케 세르파라는 무명작가의 작품과 강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밍웨이는 40세 때인 1939년부터 1960년까지 쿠바에서 생활했다.

    헤밍웨이에게 노벨상과 퓰리처상을 안겨준 '노인과 바다'는 바다 위 한 늙은 어부의 고독한 사투를 통해 인간을 담담히 그려낸 소설로 1952년 출간됐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초기작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 대해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이며 평생을 바쳐 쓴 글"이라고 했다.

    펠드먼 교수는 '노인과 바다'가 세르파가 1936년 쓴 '청새치'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잡은 그 물고기가 바로 청새치다. '청새치' 역시 '노인과 바다'와 마찬가지로 늙은 어부와 소년이 등장하고 늙은 어부는 청새치를 잡아 배에 묶고 돌아오다 상어 떼의 습격을 받고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펠드먼 교수는 밀수업에 손을 대다 쿠바혁명단과 얽히는 주인공을 그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도 세르파의 '밀수'라는 작품과 줄거리가 흡사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밀수'보다 1년 빠른 1937년 출간됐다. 이에 대해 펠트먼 교수는 "헤밍웨이가 이미 1934년 세르파와 만났을 때 '밀수'의 원고를 봤다는 확고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유사성에도 펠드먼 교수는 헤밍웨이가 '명확한 표절'을 했다고 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두 사람의 작품은 주제 의식과 문체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며 "헤밍웨이가 세르파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밍웨이의 세 번째 부인 마서 겔혼이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서 '헤밍웨이는 친구(세르파)를 경이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쓴 적이 있다고 펠드먼 교수는 밝혔다. 쿠바 현지 언론들은 "헤밍웨이는 세르파를 '남미 최고의 소설가'라고 치켜세우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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