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野 협조 요청 앞서 선거제 강제 변경 폭거 접어야

조선일보
입력 2019.05.15 03:19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는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갈 수 없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장외 투쟁으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이 장외로 나선 것은 한국당을 뺀 4당이 선거제도를 강제로 바꾸려 한 때문이다.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의원을 교체하기 위한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제출하고, 국회의장은 이를 병상에서 결재했으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안을 전자 발의하기도 했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선거제도를 주요 정당의 동의 없이 자신들 유리한 대로 강제로 바꾼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폭거를 문재인 정권이 저질렀다. 이런 일을 당한 야당이 대통령 원하는 법안을 조용히 통과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나.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거제 강제 변경에 동참했던 4당 내에서도 다른 말이 나오고 있다. 새로 선출된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호남 지역구가 줄어드는 선거법 개정안은 부결돼야 한다"고 했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사석에선 "야당이 반대하는 선거법으로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느냐"고 한다. 바른미래당에서도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원점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애초에 되지도 않을 무리수였다. 지금이라도 선거제 강제 변경 시도를 철회하고 대통령이 바란다는 공수처법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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