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폴 로머 "美·中갈등 진짜 이유, 교역이 아니다"

조선일보
  • 이준우 기자
    입력 2019.05.15 03:01

    제 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첫날

    "미국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와 역동적인 시장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신자유주의를 주장해왔지만 현재 많은 국가들은 이와 다른 노선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는 14일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세계에서 통용되는 경제성장 이론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도 단순히 교역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로머 교수는 기술 진보와 아이디어의 발견이 장기적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내생적 성장' 이론의 선구자다. 기존 주류 경제학이 생산 요소 가운데 노동과 자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로머 교수는 기술 혁신과 이를 위한 연구·개발(R&D)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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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석학 폴 로머(사진 왼쪽) 미국 뉴욕대 교수가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세션에서 전광우(전 금융위원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대담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머 교수는 이날 "미·중 무역 갈등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두 나라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종찬 기자
    이날 로머 교수는 "과거에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국이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했지만, 지금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로 쪼그라들었다"며 "더 이상 미국이 일방적으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관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신자유주의를 채택하는 대신 정부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나름대로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를 택하고 있진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성공적인 도시화를 통해 기술 축적을 이뤄냈기 때문인데, 여기에도 정부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중국도 신자유주의를 채택해 정부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쉽게 해결되진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머 교수는 보잉사를 예로 들며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기업들의 힘이 커지면서 정부가 어떠한 견제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잉사가 미 정부에 압력을 넣어 항공기 생산에 대한 각종 규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결함 있는 항공기가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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