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통일·외교부 장관, 한날 WFP 총장 면담… 쌀 지원 시기 논의

입력 2019.05.14 03:01

靑 "北 취약계층 긴급지원 공감"
美일각 "김정은 사치로 식량부족… 쌀 그냥 주기보단 파는 게 낫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해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포럼 참석차 이날 방한한 비즐리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 면담에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차례로 만났다.

미국이 한국의 식량 지원에 "개입하진 않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 등이 이어지자 우리 정부가 전방위로 지원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대북 소식통은 "정부가 '퍼주기'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식량 지원의 명분을 쌓으려 국제기구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을 찾은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을 찾은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오후 5시 30분부터 약 1시간 비즐리 사무총장을 접견했다"며 "비즐리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 식량 사정에 관한 WFP 등의 공동 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며, 현재 북한 내 일일 배급량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비즐리 사무총장은 북한 취약 계층을 위한 긴급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말했고, 문 대통령은 공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며 대북 식량 지원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앞서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연철 장관(35분), 강경화 장관(50분)과도 잇따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치와 인도주의적 사항은 분리돼야 한다"며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양지원 사업에 우리 정부가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식량 지원 시기·규모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일 발표한 '북한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이라며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북한 미사일 도발 이후 식량 지원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식량 지원 후 북한의 전용(轉用)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11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과거 북한은 국제시장에서 부족한 식량을 직접 구매했는데 국제사회가 식량 지원 논의를 시작하면 북한이 식량을 스스로 구매할 동기를 없애는 것"이라며 "정권을 지원해주는 것이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에 쌀을 직접 지원하려 한다면 설득력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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