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수처 구성 첫 입장 표명 "검찰 출신 수 줄여야"

입력 2019.05.14 03:01 | 수정 2019.05.15 10:00

"검찰 출신 공수처 검사, 정원의 25% 이하로… 제2 검찰화 막아야"
검찰 "수사·기소권 갖는 공수처, 삼권분립 어긋나… 괴물권력 될수도"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검찰 출신 인사의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혔다. "제2 검찰화(化)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정부·여당 주도로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되자 새 수사기관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 윤한홍 의원실(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공수처에 근무하는 검사의 자격 요건과 관련해 "공수처의 제2 검찰화 방지를 위해 검찰과의 인사 교류를 강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공수처 안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25명 이내) 중 검찰 출신은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함께 논의 중인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의 경우 이런 제한이 없다. 패스트트랙은 국회 상임위에서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최장 330일 후에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검경 입장
이에 대해 경찰청은 "검찰 출신 공수처 검사가 정원의 4분의 1 이하가 되도록 하고,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검사의 공수처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의 공수처 임용과 파견, 겸직도 제한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찰청은 또 현재 법안에서 '15년 이상 변호사 자격 소지자'로 돼 있는 공수처장의 자격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학계, 수사 분야 등 다양한 전문 영역으로 직위를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공수처장을 검찰 출신이 독식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좌파 성향 법조인의 공수처 진출이 늘어날 것"(윤한홍 의원)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찰은 공수처에 대해 그간 "검찰 개혁 측면에서 공수처의 설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외부에 밝혀 왔다.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대답과 국회 대응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공수처가 판사·검사·고위 경찰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에 대해서는 "국회의 입법적 결단 사항"이라며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공수처도 검찰과 경찰,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공수처 안에 대해 검찰은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일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위헌적인 요소는 빼야 한다"고 밝혔다. 독립 기관인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은 삼권 분립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검찰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괴물 권력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공수처 설치 법안은 판·검사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도 수사 대상으로 한다"며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나 수사를 한 판·검사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법무부에 공수처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큰 틀에서는 동의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는 간략한 내용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공수처 법안까지 반대하면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고,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문제 제기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제2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경찰 주장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경찰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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