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02명, 고교생 자녀를 본인 논문 공동저자로 '슬쩍'

입력 2019.05.14 03:01

자녀가 논문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경우도… 9명 '연구 부정' 확정
동료·친구 자녀 등을 공동저자로 등재한 '논문 품앗이'는 389건

연구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은 고교생 자녀를 자기 논문의 공동 저자로 올려준 교수들이 정부 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수 부모의 '논문 끼워주기'로 실적을 쌓은 자녀 중 일부는 국내외 유명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1년 6개월간 전국 대학 교수·연구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실태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53개 대학 교수 102명이 논문 160편에 자기 자녀를 공동 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연구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고 이름만 올린 것은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교육부·대학 조사 결과, 서울대·포스텍·가톨릭대·청주대·경일대·동의대·배재대 등 7개 대학 교수 9명은 14편 논문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은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하는 '연구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른 9명 교수의 자녀 10명 중 6명은 미국·영국 등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4명은 서울 시내 사립대 등에 2009년부터 2017년 사이 진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가 자녀 등 고교생 미성년자 공동 등재한 논문 현황
특히 서울대 A 교수, 배재대 B 교수, 포스텍 C교수는 본인의 자녀를 논문의 '제1저자(주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1 저자는 실험과 논문 작성을 주도하고 담당한 연구자로, 일반 공동 저자보다 연구에 더 많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배재대 교수의 자녀는 각각 2009년과 2016년 서울 시내 명문 사립대에 합격했고, 포스텍 교수의 자녀는 2013년 미국 명문 공과대에 들어갔다.

자녀는 아니지만 친구의 아들딸, 동료 교수의 자녀 등 미성년자를 자기 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경우도 389건이나 됐다. 교육계에선 "아는 교수들끼리 자녀들을 논문에 올려주는 '논문 품앗이'가 현실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자녀를 포함해 미성년자를 공동 등재한 논문은 서울대가 47편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상대(36편), 성균관대(33편), 부경대(24편), 연세대(22편) 순이었다.

교육부는 앞으로 교수 자녀들이 부정하게 이름 올린 논문 실적을 활용해 대학에 진학했는지 추가 조사해 입학 취소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대학엔 자녀들의 연구 부정 사실을 통보했고, 국내 대학 진학자는 해당 대학에 통보해 조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만약 부정하게 교수 부모의 논문에 이름 올린 사실이 대입 전형에 활용됐다면 대학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

이번 실태 조사로 서울대 등 명문대 교수들이 자식들의 대학 입시에 활용할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선 지난 2009년 교과 성적 이외 다양한 활동들을 보는 '입학사정관제도(현 학생부종합전형)'가 도입되면서 교수 자녀의 논문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행태가 만연되자 연구에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자녀나 지인 자녀의 이름을 논문 공동 저자로 올려주는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까지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 연구 부정행위는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자체 조사 결과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통보해온 경우 중 우리가 보기에 검증이 부실한 내용이 많아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등 미성년자와 공동 논문을 쓴 교수나 부실 학회 참여한 교수가 많은 대학, 자체 조사가 부실한 대학 15곳은 별도로 8월까지 '특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소논문과 관련된 내용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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