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손놓고 있다가… 버스 파업 닥치자 年1조3000억 세금 카드

입력 2019.05.14 01:45

정부, 작년 3월 "내년 7월부터 노선버스도 주52시간" 예고해놓고
포항·제주 등 전국 곳곳 파업 경고음 울려도 "지자체 소관" 팔짱

작년 9월 경북 포항시 죽장면부터 맨 남쪽 장기면까지 109개 노선의 시내버스가 일제히 멈춰 설 뻔했다. 포항 유일의 시내버스 회사인 '코리아와이드포항'이 "2019년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제에 맞춰 선제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됐다.

버스 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홍남기(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류근중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위원장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車노조연맹 위원장 만난 洪부총리 - 버스 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홍남기(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류근중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위원장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뒤늦게 마련된 자리인 데다 버스 대란을 막을 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 /연합뉴스
버스 기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50% 정도 수당이 더 붙는 연장 근로와 주말 근로를 하면서 받았던 월급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쉬지 않고 일을 더 해도 좋으니, 월급이 줄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회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돈을 더 주느냐"고 했다. 포항시가 기사들 월급 유지를 위해 연간 약 30억원 보조금을 주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파업을 피했다. 당시 협상을 담당했던 포항시 관계자는 13일 "우리가 그렇게 홍역을 치르면서 버스에 적용되는 주 52시간제가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는데,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3월 '버스 기사의 삶의 질 향상과 승객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 노선버스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기로 법을 바꿨다. 월급이 깎일 처지가 된 기사들의 반발이 거셌는데도 정부는 1년 넘게 별다른 대책을 만들지 않았고, 버스 노조와 제대로 된 협의도 하지 않았다.

포항, 오산 등에서 울린 경고음 무시

포항 시내버스 이후에도 전국에서 주 52시간제에 따른 경고가 이어졌다. 지난 3월에는 제주 지역 8개 버스 회사 노조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임금도 인상해달라"며 파업을 예고했다. 제주도가 강경 대응을 선언하며 노사 간 갈등이 커졌지만, 결국 임금 1.9%를 올리는 선에서 가까스로 파업은 피했다. 같은 시기 경기도 오산시 시내버스도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16일간 파업을 했다. 18개 노선이 중단되면서 오산시는 5억원의 예비비를 써서 전세 버스를 투입했지만 시민 불편이 컸다. 이 밖에 경기 수원과 강원 동해 등에서도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보름가량 파업이 이어졌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버스 파업 전말
이렇게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버스 기사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충분히 시간을 줬고, 우리 잘못은 없다"며 파업을 정당화하고 있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 류근중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올해는 정부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 줄 알았다"며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현장에서 보면 상당히 미흡해 (협상을) 타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준공영제 확대에 연간 최소 1조3000억

정부는 이달 들어 전국 10개 지역 버스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노선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버스 대란'이 현실로 닥칠 것으로 보이자 뒤늦게 요금 인상, 정부 지원 등을 내걸고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요금 인상이든 정부 지원이든 모두 국민이 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만약 여당 방침대로 준공영제를 17개 시도 전체로 확대하면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게 된다.

작년 5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고, 준공영제 평균 임금을 적용할 시 전국적으로 연간 1조3433억원의 추가 소요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버스 기사들의 임금을 보전해줘야 하는 데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발생할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로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높아지는 임금만을 고려한 것으로 여기에 연료비·운영비 등 추가 비용을 더하면 들어가는 돈은 더욱 늘어난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등 7곳의 기사들은 주 54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는데,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2시간 근무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임금이 깎이게 된다. 이렇게 줄어드는 금액이 월 30만원가량이다. 버스 노조는 이렇게 되면 결국 월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역시 깎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예산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이미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구 버스 노사가 13일 시급 4%를 인상하는 선에서 임금 협상을 타결지었다. 일정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고서라도 파업은 막겠다는 지자체와 적자분은 예산으로 메워달라는 버스 회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종 조정일인 14일에도 임금 협상에 타결할 지자체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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