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의 위기, 한국 경제 앞날 예고편일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5.14 03:19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의 신협·새마을금고 부실 채권(고정 이하 여신) 비율이 올 1분기 4~5%로 올라가 전국 평균 2.7%의 두 배에 달했다. 저축은행 부실 채권도 5.8~5.9% 수준으로, 전국 평균 5.2%를 웃돌았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서민 금융권을 이용하는 저신용자나 영세업체,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빚 갚을 능력이 못 돼 올 1~2월 중 개인 회생·파산을 신청한 부·울·경 주민도 작년보다 29% 이상 증가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지역 경제 침체가 부·울·경 서민층의 신용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부·울·경은 한국 제조업 생산의 25%, 수출의 24%를 차지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조선·자동차가 부진해지고 원전 산업까지 흔들리면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남해안 '선박 벨트'의 중소 조선사들이 대량 해고에 들어갔고, 한국GM 창원 공장도 1000여 명이 휴직에 들어갔다. 울산 등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줄줄이 감산 중이다. 탈원전에 따른 원전 생태계 붕괴까지 겹쳤다. 창원 소재 원전 설비 업체인 두산중공업이 감원을 시작했고, 280여 원전 협력사도 속속 가동을 중단하면서 고사 직전이다.

산업 침체는 지역 상권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9년 연속 1인당 소득 전국 1위를 자랑하던 울산은 1위 자리를 서울에 내주며 집값 하락 등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완전 고용을 자랑하던 '조선의 메카' 거제시는 작년 하반기 실업률이 7.1%로 치솟아 전국 최악 고실업 도시가 됐다. 한때 10만명에 달하던 거제의 조선 근로자 수는 6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음식점·가게가 속속 문을 닫으면서 도시 전체가 황폐화했다. 창원과 부산 녹산, 울산 미포 등의 산업단지도 활력을 잃고 그 여파로 주변 지역 경제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 지난 2년간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응답이 부·울·경 지역에선 61.9%에 달해 전국 응답률 54.3%를 상회했다.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부·울·경은 64.6%로, 전국 평균(54.5%)을 크게 웃돌았다. 지역 경제 침체를 정부 정책 실패 때문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누가 틀리는 말이라고 하겠나. 조선업 침체로 도시가 폐허로 변했던 스웨덴 '말뫼의 눈물'에 빗대 '울산의 눈물' '거제의 눈물'이 시작됐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부·울·경의 침체는 한국 경제의 앞날을 보여주는 예고편일 수도 있다. 1분기 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로 내려가고, 생산·투자·소비 등이 급랭하고 있으며 수출은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차세대 먹거리 발굴은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 기업이 활력을 잃는데 일자리가 생길 수도, 살림살이가 좋아질 수도 없다. '부·울·경의 눈물'이 '한국의 눈물'로 바뀌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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