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여행 위험 지역'에 간 책임

조선일보
  •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19.05.13 03:16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에서 인질 4명을 구해낸 후 프랑스 외무장관이 자국민 인질들을 향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갔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책임을 묻는 발언을 했다. 이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특수부대 대원 2명이 전사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내 여론도 좋질 않다.

    ▶프랑스인, 미국인과 함께 한국인이 억류돼 있던 부르키나파소는 학교 2869개 중 1111개가 몇 달 새 문을 닫았다. 이슬람 무장 세력의 본거지인 말리와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이 특히 심각하다.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서구식 교육을 증오해 학교를 집중 공격하는 바람에 폐허가 되고 교사들도 살해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안 불안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만물상] '여행 위험 지역'에 간 책임
    ▶각국은 해외로 떠나는 자국민을 위해 여행 경보 시스템을 가동한다. 우리나라는 한 해 출국자 수가 2800만명을 넘는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갈구하면서 오지로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만큼 위험도 비례해 커진다. 외교부 여행 경보는 안전을 위해 국민 스스로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흑색(여행 금지)-적색(철수 권고)-황색(여행 자제)-남색(여행 유의) 4단계 여행 경보를 갖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북부 지역에는 철수 권고를 뜻하는 적색 경보가, 나머지 지역에는 여행 자제를 뜻하는 황색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슬람 무장 단체 등이 선진국 국민을 납치해 몸값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인질 비즈니스'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위험 지역에 갔다 억류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론도 예전 같질 않다. 일본 여론은 특히 싸늘하다. 2015년 일본인 2명이 이슬람 무장 세력에 납치돼 그중 한 명이 참수됐다. 아들이 죽었는데도 칠순의 아버지가 "자식 일로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시리아 무장 단체에 억류됐다 풀려난 일본 언론인에 대해 일본 내에선 "몸값은 우리 세금이다" "나라에 폐를 끼쳤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번 기회에 외교부도 여행 경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인들이 처음 납치된 곳은 부르키나파소와 접경 지대인 베냉 북부의 국립공원이었다. 프랑스 정부 사이트를 보니 베냉 북부 지역에도 적색 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우리나라 외교부 사이트를 보니 부르키나파소에만 여행 경보를 내렸고 프랑스와 달리 베냉에는 경보가 없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베냉은 안심하고 여행해도 되는 나라라는 뜻이다. 결코 안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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