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수현 '관료 탓' 발언에 부글부글 끓는 관료들

입력 2019.05.13 01:31 | 수정 2019.05.13 01:41

"버스사태·소득주도성장 등 黨靑이 정책 강행해놓곤 왜 책임 돌리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이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직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주요 부처의 공무원들은 12일 "소득 주도 성장, 탈(脫)원전, 4강(强) 외교 실패, 버스 사태 등 문제가 된 현안들은 다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했는데 왜 그걸 공무원 책임으로 돌리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국토교통부 간부들은 버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는 당·청의 지적에 대해 "지금 버스 사태는 청와대와 여당이 대통령 공약이란 이유로 주 52시간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버스업계 특례 조항까지 없앤 것이 원인"이라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왜 관료들에게만 돌리느냐"고 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통상(通商)도, 탈원전도 모두 어렵지만 우리가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없다"며 "관료들만 싸잡아 비판하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당·정·청 회의‘관료 뒷담화’에 공무원들 부글부글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 발언은) 집권 3년 차 들어 정부 정책이 '속도감'을 내기 위해선 관료 사회가 적극적인 행정을 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버스 대란에 대해) 답답한 심정이 와전돼 표현된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관료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정권 말처럼 심각해지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경제 부처의 고위 관료는 "젊은 공무원들은 나중에 책임 소재를 물을 때를 대비해 누구 지시로 정책보고서를 고쳤는지 일일이 기록을 남겨 둔다"며 "주요 현안을 담당하는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뚜렷하다"고 했다.

그간 청와대와 여당은 주로 야당을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지목해 왔다. 수출·성장률 추락 등 경제 악화에 대해선 '국제 경제 요인' 탓으로 돌렸다. 이번엔 공직 사회에 화살이 돌아가면서 "국정 실패가 결국 공무원 탓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제 부처 A과장은 "솔직히 일 제일 안 하는 국회가 공무원들에게 '일 안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했다. B과장은 "직업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지 청와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외교부의 한 30대 외교관은 "주요국 대사는 청와대·캠프 출신이 독점하고 정보 공유도 안 해주면서 껄끄러운 발표는 외교부에 시킨다"고 했다. 안보 부처 간부는 "소신대로 일했다가 적폐로 찍히거나 정보 유출자로 지목되면 휴대폰 조사 등 고강도 감찰을 받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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