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또 기자회견 없는 취임 2주년

조선일보
  •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19.05.11 03:11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출입 기자들을 불편해했다.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것, 보도되기 원하는 것만 쓰기를 바라는데 언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때 출입 기자들은 '레이저'가 기피 단어였다. 탐탁잖은 질문을 하는 기자에겐 곱지 않은 시선이 꽂혔다. 출입 기자들과 만남 자체가 극히 적었다. 유일하게 만나는 통로가 해외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였다. 박 대통령은 출·귀국할 때 기내 기자석을 돌았다. "대통령이 순시 온다"고들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마사지'가 문제가 됐다. '프레스 프렌들리(언론 친화)'를 내세운 이 전 대통령은 출입 기자들과의 스킨십이 비교적 잦았다. 하지만 언론을 홍보팀 다루듯 한다고 느낀 기자가 많았다. 외신 인터뷰를 유리한 방향으로 전달하려 하고, 민감한 질문은 막기도 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을 축소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청와대 인사가 이를 두고 "마사지"란 표현을 썼다가 비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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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정반대로 하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했다.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다.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자들과 만나기도 하는 미국 대통령들처럼 하겠다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2년 동안 기자회견은 단 세 번에 그쳤다. 순방 중 기내 간담회 때 국내 현안을 묻자 "외교 문제만 물으라"고 질문 자체를 봉쇄했다. 일정 공개도 '현안 관련 내각 보고' 등 공개하나마나 한 내용뿐이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없었는데 2주년은 1개 방송 대담으로 대체했다. 진행을 맡았던 기자는 '태도가 불량했다' '독재자 표현을 썼다'는 등의 이유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10일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환담을 가지려 했다. 이마저도 전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취소됐다.

    ▶지금 언론 상당수가 자발적이든 어쩔 수 없어서든 친(親)정권 성향이란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언론을 만나는 걸 극력 피한다. 그는 야당 때 "정치는 소통인데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 정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그 말이 되돌아오고 있다. 이럴 거면 '직접 언론에 브리핑' '24시간 공개' 등의 약속들은 대체 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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