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 대사가 9년 2개월간의 도쿄 근무를 마치고 떠나며 7일 도쿄의 최고급 호텔 뉴오타니에서 송별회를 가졌다. 이날 송별회는 '중·일 관계의 정상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재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례적으로 외국 대사 환송 모임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청 대사는 일·중 관계가 엄혹한 시기에도 유창한 일본어와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양국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며 "일·중 관계는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청 대사를 관저로 불러서 별도의 송별 오찬 모임도 가진 바 있다. 도쿄의 외교가는 아베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트럼프 미 대통령 다음 국빈(國賓)으로 초청하기 위해 청 대사를 특별 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 대사는 연단에 나와 유창한 일본어로 "지금까지 (일본의) 각계와 교류해 왔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중·일 관계 사상 '최장수 대사' 비결을 밝혔다. 그는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모두 방문해 지방과도 폭넓게 교류한 것을 소개하며 "양국의 평화, 우호, 협력 사업은 새로운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또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해서 중·일 관계를 정상 궤도로 돌려놨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지린(吉林)성 출신의 청 대사는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파견돼 소카(創價)대에서 공부했다. 그 후 참사관·공사·대사로 올해까지 모두 25년을 도쿄에서 근무하며 일본 사회에 폭넓은 친중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아베 총리가 일본어를 구사하는 주요 국가 대사들을 불러 회동하는 모임에서도 핵심 멤버였다.
청 대사는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이던 지난해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아베 총리의 교차 방문을 성사시켜 양국 관계가 회복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단교 직전까지 갔던 중·일 관계가 최근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데는 청 대사처럼 일본 사회를 깊숙이 파고든 외교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 대사 후임으로는 조선족 출신으로 일본에서 10년 이상 근무 경험이 있는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특별사무 대표가 내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