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이 시작했던 '풀과 고기 바꾸기' 재등장

조선일보
  • 김명성 기자
    입력 2019.05.09 03:01

    노동신문 "풀 먹는 집짐승 기르자" 식량생산 9% 줄고 수입도 어려워
    일각 "제재 허물려고 식량난 부각"

    북한 식량 지원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북 매체들이 잇따라 식량난을 부각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를 군중적 운동으로 벌리자"고 했다. 노동신문은 "토끼·양·염소를 비롯한 집짐승을 많이 길러야 알곡(곡물) 먹이가 아니라 풀 먹이를 가지고 고기와 젖, 털, 가죽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김일성이 추진하다 실패한 '풀과 고기 바꾸기' 정책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30일에도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식량 증산을 촉구했다. 북한의 식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풀과 고기 바꾸기' 정책은 북한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1950년대부터 김일성이 추진했었다. 1962년 8월 김일성이 평북 창성에서 열린 '지방당 및 경제일군 연석회의'에서 "풀과 고기를 바꿔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렸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김정일 집권기인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산에 염소를 길러 '풀과 고기를 바꾼다'는 정책을 다시 실시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토끼 기르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강원도에서 대규모 인공 풀판을 조성해 '풀과 고기를 바꾼다'는 정책을 실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북한 축산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원은 "'풀과 고기 바꾸기'는 식량이 부족할 때 단골손님처럼 함께 등장하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집중된 2017년 하반기부터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수준 등 생활 형편이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북한 사회 변동과 주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끔 먹을 것이 부족했다'는 12.1%에서 17.2%로 증가했고, '자주 먹을 것이 부족했다'는 응답은 5.3%에서 9.2%로 늘었다.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495만t으로 2017년(545만t)에 비해 약 9% 줄었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 이상 기온과 가뭄, 비료 부족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줄고, 식량 수입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북 제재를 허물기 위해 식량난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북한식 '꼼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