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비밀대화방 통해 퍼지는 '제2 소라넷'...경찰 단속 비웃는다

입력 2019.05.08 13:26 | 수정 2019.05.08 13:37

텔레그램 등 보안메신저로 ‘음란물 사이트’ 고객 모집
‘점 조직’ 운영… 대화방 개설·폐쇄 반복
경찰 단속 피하는 ‘해외 서버 우회 접속’도 소개
경찰 "‘제2 소라넷’ 추적, 집중 단속 시작했다"

‘XXX 유출 영상 공유합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6일 오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보안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메시지 속 링크를 눌렀더니 비밀 대화방으로 연결됐다. ‘W 단체대화방’. 참여 인원만 500명이 넘었다. 쉴새없이 욕설 섞인 메시지와 야한 사진, 음란 동영상 등이 올라왔다. 한 동영상을 클릭했더니 일반인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은 장면이었다. 이런 음란동영상은 2시간 동안 20여 건이 공유됐다.

중간 중간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도 보였다. 눌러보니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전문 사이트가 열리고, 이 사이트 내에는 수사기관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우회 접속 방법’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제2의 소라넷’으로 지목된 신생(新生) 음란물 공유 사이트 중 한 곳이었다. 경찰은 최근 이들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회원 6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던 소라넷은 2016년 불법촬영물 공유, 성범죄 모의 등 문제로 폐쇄됐다.

7일 불법 음란물 공유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이 올라와 있다. /사이트 캡처
◇메신저 채팅방서 불법촬영물 등 하루 100건 공유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 운영진은 점(点)조직 형태로 메신저 대화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객들을 모아 불법 사이트로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셔틀버스’인 셈이다. 이들은 대화방 내에서도 수시로 ‘미끼 음란물’을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8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접속한 텔레그램 내 ‘W 대화방’과 ‘O 대화방’은 대화 참여자만 각각 500여 명에 달했다. W 대화방은 지난달 초, O 대화방은 이달 초 만들어졌다. 개설자는 같은 사람이었다. 한 대화방 참가자는 "방이 없어져서 좌절했다가 다시 만들어져서 행복(하다)"고 했다. 경찰 수사를 피해 여러번 개설과 폐쇄를 반복했다는 이야기다.

이 대화방에 올려져 있는 야한 사진과 음란 동영상 등 음란물만 하루 평균 100여 건에 달했다. 상업 성인물뿐 아니라 몰카 등 불법 촬영물로 추정되는 1분 내외의 영상도 수두룩했다. 이날 채팅방에 ‘XXX 영상 유출입니다’라는 제목의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영상 속 피해 여성의 인스타그램 주소까지 같이 공유됐다.

불법촬영물 공유뿐 아니라 음란물 사이트에 우회 접속 방법도 자세히 적어 올렸다. "일부 사이트에 대한 경찰의 감시가 커졌다. 게시물과 계정을 삭제하고 잠수하라"고도 했다.

7일 텔레그램 단체채팅방에 불법 촬영물이 올라와 있다. /텔레그램 캡처
◇성매매·불법도박하면 불법촬영물 볼 수 있는 ‘포인트’ 지급
이들 대화방의 목적은 사실상 N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 사이트는 수시로 주소를 바꿔가며 접속이 차단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사이트 가입은 철저히 익명으로 이뤄진다. 전화번호, 주소 등과 같은 개인정보는 일절 입력할 필요도 없다.

이 사이트의 핵심 콘텐츠는 ‘직공’이라는 게시판에서 공유되는 일반인 성관계 불법 촬영물. 50~100포인트를 내면 음란물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제공한다. 운영진은 "이 방식을 사용하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이트에서 통용되는 포인트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등 사이트 내 활동량에 따라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성매매 업소와 불법 도박사이트도 알선하고 있다. 제휴를 맺은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면 이용금액의 일부(5~10%)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현재 10여 개 불법 도박사이트가 제휴를 맺고 있었다. 성매매 업소를 이용한 뒤 후기를 올리면 댓글 개수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운영진 "잡아떼면 증거 없다" 경찰 단속 조롱
경찰은 지난달 26일부터 신생 음란물 공유 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대해 ‘음란물 추적 시스템’을 통해 집중 단속에 나섰다. 올해 1월부터 진행한 ‘웹하드 카르텔’ 수사를 확대해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 집중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미 해외기관과 공조도 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촬영물 삭제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도 "현재 모니터링과 함께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들과도 협의해 빠른 삭제 조치도 취하고 있다"며 "제2의 소라넷 관련 사이트·메신저 대화방 등을 추려내 고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 운영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메신저 대화방에서 운영자는 ‘제2의 소라넷’을 우려하는 기사를 공유하며 "(음란물 공유 사이트의) 방문자수가 떡상(급상승)했다"면서 "아직 소라넷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일부 대화방 참여자가 경찰 조사를 우려하자 "경찰이 마음 먹고 조사하면 한 달이면 초토화되겠지만, 이런 문제는 (경찰 수사에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또 경찰 조사와 관련해 "잡아떼면 증거도 없는데, 어떻게 잡아가냐"며 "참고인 조사 연락 오면 전자기기를 다 부수고 새로 사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증거 수집 방식이 어떤 경로 하나에 의존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고 해도, 해외 사법기관과 공조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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