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현지 시각) 독일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방문 직전인 오전 '긴급한 문제'를 이유로 일정을 취소했다. 모건 오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유감스럽게도 긴급한 문제로 인해 베를린 회담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외교 수장이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담을 직전에 취소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미 CNN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갑작스레 독일 일정을 취소한 뒤 '알려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며 "폼페이오와 동행 중인 기자단도 그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가 독일 방문 취소 배경에 대해 '국제적인 안보 문제'라고만 언급했다고 전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6일 핀란드 로바니에미시에서 열린 제11차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북극 지역에 자금과 군사력 투입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폼페이오는 회의에서 "중국과 북극 사이의 가장 짧은 거리는 900마일(약 1448㎞)"이라며 "북극 문제에서 중국은 발언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극 지역의 중국 활동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지난해 6월 북극 백서를 내놓고 스스로를 '북극 인접국'이라고 부른 것을 공격한 것이다.

북극이사회는 1996년 북극과 인접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미국·러시아·캐나다·덴마크·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아이슬란드 8국이 만든 기구다. 중국은 2013년부터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 중이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가오펑 중국 외교부 북극 특별대표는 북극이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그(폼페이오)가 (강대국들의) 경쟁이라고 했는데, 좋다. 누가 더 많은 친구를 얻는지 보자"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완전한 왜곡이고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