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으로 염색한 머리, 온몸 가득 새긴 문신, 현란한 그래픽이 인쇄된 의상…. 펑크록 밴드 리더처럼 보이는 대니 보윈(Bowien·37)은 미국에서 록스타 뺨치는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요리사다.

요리사라기보단 록스타처럼 보이는 '미션 차이니즈 푸드'의 대니 보윈은 어릴 적 드럼을 배웠다. 보윈은 "어릴 때는 동네 밴드에서, 지금도 '낙스'라는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한다"고 했다.

보윈은 2010년 얼얼하게 매운 중국 사천요리를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점 '미션 차이니즈 푸드(Mission Chinese Food)'로 데뷔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요리를 '블루스 음악을 헤비메탈 스타일로 승화시킨 전설적 록그룹 레드 제플린과 같다'고 극찬했다. 2013년 '외식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미국 공영방송 PBS '셰프의 마음(Mind of a Chef)'에 출연하며 이제는 그가 어떤 옷을 입느냐까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될 만큼 대중적 스타가 됐다.

9일 서울 라이즈호텔 디너 행사에서 자신의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방한한 보윈은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3개월 때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로 입양됐다"고 했다. "학교에 저 빼곤 베트남 아이 한 명 정도 있었어요.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죠. 전형적인 미국 음식만 먹고 자랐어요."

대니 보윈의 대표 메뉴인 '마파두부'.

그가 한식을 처음 맛본 건 19세 때, 요리를 배우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첫날이었다. "친구 집을 찾아 버스 정거장에 내리니 마침 길 건너편에 한국 식당이 있었어요. 무조건 들어갔죠. '뭘 먹겠느냐'고 한국말로 물어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했으니 당연히 못 알아들었죠. 영어로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했어요." 그렇게 맛본 첫 한국 음식이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였다. 그는 "분명 처음 먹는 음식인데 낯설지 않아 이상했다"고 했다. "그런데 1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한식 먹었을 때가 떠올랐죠."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다. "주변 친구들이 비싸서 사먹을 수 없는 음식, 너무나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 요리사를 때려치우려 했어요." 그러다 사천요리를 만났다. 불편할 정도로 맵고 입안이 마비될 만큼 강렬한 '마라(麻辣·얼얼하게 매운맛을 뜻하는 중국어 표현)'에 그는 마약처럼 중독됐다. 사업 파트너 앤서니 민트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역에 있는 싸구려 테이크아웃 중국집 뒤편을 빌려 '미션 차이니즈 푸드'를 열었다.

주변 동료 요리사들로부터 음식 평론가, 음식 기자, 블로거, 미식가들에게 '미친듯이 새롭고 화끈한 중식이 나타났다'며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미션 차이니즈 푸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2013년 뉴욕 맨해튼, 지난해 브루클린 등 '마라의 왕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보윈은 "최고보다는 다른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다른 음식을 추구한다"며 "너무나 사랑하는 한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는 식당을 서울에서 해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