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번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당시 등장한 '사격계획지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한 맞춤형 지도다. 과거 탄도미사일 도발 때마다 김정은이 앉았던 자리에는 이 지도가 깔렸는데 이번에도 지도 일부가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노출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일부러 공개한 것인지, 의도치 않게 노출된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북이 쏜 발사체의 제원 파악에 꽤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사일의 궤적을 표시해 놓은 이 지도는 그동안 북한이 공개한 전형적인 사격계획지도의 형식을 갖췄다. 지도에는 북한이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궤적이 일부 노출됐다. 미사일의 궤적은 전형적인 탄도미사일 궤적과 유사한 포물선 형태로 표현돼 있다.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이 하강할 때 나타나는 복잡한 궤적이 지도에 구현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에게 이번에 실험하는 것이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궤적을 단순하게 표현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녹색 점선으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포물선을 그렸고, 궤도상 정점 고도(50㎞ 추정)에는 빨간 점이 표시돼 있다.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가 지도 속 파란색 박스 안에 적혀 있는데, 공개된 사진만 갖고는 내용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이 같은 지도는 2017년 5월 김정은이 화성 12형 시험 발사를 참관했을 때도 등장했다.
북한은 이번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의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차를 두고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후폭풍과 함께 먼지가 발생하는데,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은 모두 분진이 없는 상태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2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한 시간가량의 시차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깨끗한 기록을 남겨 미사일 발사 사실을 명확하게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엔진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극성-1형의 엔진은 고체 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발사 직전 연료 주입을 해야 하는 액체 연료와 달리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발사 장면에서 화염이 퍼지는 것으로 보아 엔진이 고체 연료 기반일 가능성이 크고 형태 또한 북극성-1형 엔진과 비슷하다"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서 고체 연료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순식간에 발사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고난도 유도 기술을 요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기술 이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정보 당국 관계자는 "그런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베끼기 기술에 워낙 특화돼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미사일을 만든 노하우까지 쌓였다"며 "대북 제재로 전략 물자 반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가 기술을 이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6일 우리 정부를 향해 "'중재자' 역할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이 사대적 근성과 외세 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는 대신 계속 부질없는 '중재자' 역할에 매달리려 한다면 자기들의 처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 뿐"이라며 "외세와의 공조로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다른 선전 매체 '메아리' 역시 우리 정부에 "이 눈치, 저 눈치를 다 보며 주춤거리고 뒤돌아볼 때가 아니라 더욱 과감히 북남 관계 발전을 위해 가속으로 달려야 할 시각"이라고 했다. 전날 사진을 통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도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를 겨냥해 비슷한 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강점 미군이 '사드' 전개 훈련을 강행한 것은 어렵게 조성된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해치는 도발 행위이며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 공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