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보고도, 미사일이라 말 못하는 정부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9.05.06 03:00

    北, 4일 기습 발사… 정부 "미사일" 발표 40분 뒤 "발사체" 말바꿔
    어제 北이 사진 공개했는데도 미사일 표현 없이 "전술유도무기"

    북한이 4일 오전 9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발사 실험을 했다. 지난해 2월 열병식 때 등장한 이스칸데르급(級)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발사 직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후 '단거리 발사체'라고 말을 바꿨다. 북한이 스스로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한 5일에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대신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만 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를 일부러 낮춰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식 차량에서 발사 - 북한이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추정)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이동식 발사대도 성능이 상당히 개량된 것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이동식 차량에서 발사 - 북한이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해상으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추정)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이동식 발사대도 성능이 상당히 개량된 것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역시 4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미사일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대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NSC 상임위를 열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 또 작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서명한 9·19 군사 분야 합의서와도 정면 배치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재확인할 것을 결의한다"고 돼 있다. 9·19 합의도 '공중·지상·해상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했다.

    더구나 러시아가 개발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비행 고도가 극히 낮고 비행 궤적이 특이해 패트리엇이나 사드로 요격이 어렵다. 청와대는 미사일 발사 약 6시간 만인 4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도발 때마다 밝혔던 '규탄한다'는 표현은 없었다.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참관하며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며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13시간 만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내게 한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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