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정원 이어 軍도… 탈북단체 지원 끊었다

조선일보
  • 권순완 기자
    입력 2019.05.06 03:00

    작년 9월 '통일연구회' 지원 중단
    대부분 북한군·대남공작원 출신… 평소 북한군 동향 등 軍에 자문

    탈북 군인 단체인 '통일연구회'는 지난 1월 서울 중구 소공동 사무실을 폐쇄했다. 작년 9월 출범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가 과거 기무사 시절 지급하던 지원금(연간 4000만원)을 중단하면서 단체가 운영난에 빠진 것이다. 통일연구회 관계자는 "지난 20년 동안 보수·진보 정권과 상관없이 정보 자문료 명목으로 주던 돈이 끊겨 상근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었고 결국 사무실 문도 닫게 됐다"고 했다.

    통일연구회는 북한군과 대남공작원 출신 탈북자들이 모여 세운 단체다. 1980년 설립돼 현재 회원은 수십 명으로 알려졌다.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 군에 북한의 대남 공작 작전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한 전직 회장은 "기무사에서 북한군의 내부 동향이나 대남 공작 과정에 대한 정보를 자주 물어봤다"며 "자문은 비공식적인 형태로 이뤄졌다"고 했다. 기무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단체에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운영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통일연구회 관계자는 "월 3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이 하루아침에 끊겼다"며 "(지원 중단 이유에 대해) 군에서 별다른 설명을 못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군사안보지원사 관계자는 "새 훈령에 따라 지원이 중단됐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에서 기무사가 수행했던 민간인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꾸려 조사하는 한편,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군사안보지원사는 정보 수집 활동을 보안·방첩 분야로 제한하는 내용의 새 훈령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민간인에 대한 특혜 제공 금지' 조항도 신설됐다는 것이다. 과거 통일연구회 지원금에 대해서는 "자문료 성격이 아니라 신변 보호와 사회 정착 지원 명목"이라고 했다.

    현 정부 출범 후 탈북자 관련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잇달아 중단됐다. 경찰은 올해 국내 최대 탈북자 단체인 '숭의동지회'에 대해 지원해 오던 연간 800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중단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탈북자동지회'에 연간 1억3000여만원씩 주던 지원금을 끊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가능한 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만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러한 정부 기조에 군과 경찰, 정보기관이 모두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했다.

    통일연구회 관계자는 "회원들끼리 분기별로 모여 식사하는 형태로라도 단체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40년 가까이 된 단체를 정부 기조에 따라 단번에 해산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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