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스스로 '미사일' 사진 공개했는데도...우리軍은 "분석중"

입력 2019.05.05 15:54 | 수정 2019.05.05 17:41

전문가 "北 공개사진들, '러시아式 이스칸데르 미사일' 유력"...사실이면 유엔결의 위반
국방부는 거듭 "'단거리 발사체' 관련 분석 中"...정부 '對北 저자세' 논란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무기 가운데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포함된 것이 유력하다고 군사 전문가 다수가 분석하는 가운데 5일 오후 군(軍)은 거듭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서 정밀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이 5일 오전 관련 사진들을 자체 공개한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사실일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정면 위반이라는 분석이 나온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의 타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국방부는 5일 오후 1시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관련 공식 입장"이라며 "현재까지 분석한 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거리는 약 70~240여㎞로 평가된다"고 했다. 군은 "발사 지역으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 관람대가 설치된 것을 식별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군은 이어 "한미 정보당국은 어제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 발표에 앞서 5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또 동원된 무기에 대해서도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라고 먼저 언급했다. 또 북측은 화염을 내뿜는 다양한 무기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러시아가 생산했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유력해 보이며 이것이 '전술유도무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유엔 안보리 정면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은 이날 오후 내놓은 입장에서도 여전히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관련 입장'이라면서 전문가 분석과 배치되는 듯한 말을 한 것이다. 군이 '한·미가 정밀 분석 중' 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군이 북한이 발사한 무기가 '발사체'인지, 아니면 '미사일'인지 단정할 수준의 확정 정보를 갖지 못했거나, 한·미 외교 당국이 북한 무기 발사에 대한 '메시지'를 조율 중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미사일일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북한 입장 등을 고려해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위). 이 무기가 작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등장한 모습(아래). /연합뉴스
실제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무기 발사 직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으나, 40여분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이후 국정원 등 정부 측에서는 '북한이 쏜 단거리 발사체가 고도가 높지 않고 거리도 길지 않다' '미사일은 아닌 것 같다'는 관측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북한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등이 5일 오전 여러 장의 관련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북측이 공개한 사진들에는 북한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로 지칭한 300㎜ 신형 방사포와 240㎜ 방사포 외에도, '전술 유도무기'로 언급한 한 무기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 등이 담겼다. 또 북측은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이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이 이날 오후 거듭 '북한판 발사체'라며 그 실체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일각에선 군의 이같은 태도가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했거나, 그동안 '9·19 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해온 군의 자체 입장을 유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3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등 신임 군 지휘부는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도 '9·19 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해 남북간 신뢰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날인 4일 돌연 무기들을 발사했고, 청와대는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김정은이 훈련 상황이 나온 모니터를 가리키자 수행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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