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끄나풀 침투시켜 '탈북 중개망' 와해 작전

조선일보
  • 김명성 기자
    입력 2019.05.04 02:30

    중국 공안과 공조, 단속 강화
    북송 탈북민 재교육시켜 탈북민 색출 정보원으로 활용

    북한의 국가보위성(국정원 격)이 중국 공안의 협조를 받아 탈북민 출신 정보원들을 북·중 접경지역에 침투시키는 수법으로 탈북민 단속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인민보안성(경찰청 격)은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몰락·위축된 '돈주'(신흥 자본가)들 대신 장마당의 도·소매 상인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금품 갈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며 민심이 동요하고 경제난이 악화하자 김정은 정권이 공안기관들을 동원해 체제 결속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 A씨는 "북한 보위성이 중국에서 체포·북송된 탈북민 가운데 일부를 재교육시켜 탈북민 색출을 위한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등 주요 탈북 거점에서 그런 정보원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했다. 탈북 브로커 B씨는 "중국 거주 탈북민들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방을 만들어 고향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공유하는데, 북한 보위부가 여기에도 정보원을 침투시켜 동정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보위성의 정보원·끄나풀 침투 공작은 중국 공안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선교단체 관계자 C씨는 "중국 공안은 탈북민 일가족을 붙잡을 경우 어린 자녀를 볼모로 잡은 뒤 어른들이 다른 탈북자를 신고해야 자녀를 풀어준다"며 "북한 보위성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북한 보위성의 사주를 받은 북한인 혹은 보위부 요원이 탈북민으로 가장해 한국행 탈북민 그룹에 들어간 뒤 탈북 중개망 정보를 파악해 모두 체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랴오닝(遼寧)성 안산(鞍山)에서 공안에 체포돼 북송(北送) 위기에 놓인 탈북민 7명도 비슷한 사례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인민보안성은 최근 '부패와의 전쟁'을 구실로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단속과 물품 압수를 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제재 장기화로 국가급 무역기관과 돈주들이 자금 사정이 악화하며 뇌물 상납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그러자 장마당으로 시선을 돌려 상인들의 돈을 뜯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북·중 국경무역의 80%를 차지하는 신의주에서는 보안성이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상인들의 물자를 집중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신의주 보안원들이 상인들로부터 빼앗은 물건을 전국 장마당에 헐값으로 넘겨 폭리를 취한다"며 "이들은 평양에 10만달러 이상의 고급 아파트 1~2채씩 갖고 있고, 자녀들은 평양의 대학에 보낸다"고 했다. 보안성의 집요한 단속에 피해를 본 상인들은 "유엔 제재보다 내부 약탈이 더 괴롭다"고 말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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