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트로트도 울다가 또 웃더라~ 송가인, 왕관을 쓰다

조선일보
  • 구본우 기자
    입력 2019.05.03 00:33 | 수정 2019.05.03 02:59

    [오늘의 세상] TV조선 '미스트롯 眞' 주인공
    정통 트로트로 끝까지 승부 "세상이 몰라줘도 포기 말아요"

    진도 출신 판소리 소녀, 지방을 전전하던 무명 가수가 대한민국 최고 '트로트 여왕'에 올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진(眞)의 영광은 경연 내내 구성진 가락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송가인에게 돌아갔다. 어떤 무대서도 흔들림 없던 송가인은 우승자가 발표되는 순간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송가인은 2일 방송한 '미스트롯' 결승에서 심사위원, 방청객 투표, 온라인 사전투표 점수를 모두 합친 종합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아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다. 최악의 목 상태에서도 절묘한 곡 선택을 통해 경연 내내 단점으로 지목됐던 '감정 부족' 문제를 정면 돌파한 극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장윤정의 '어머나'를 작곡한 윤명선 등 유명 작곡가들이 결선 진출자들을 위해 직접 만든 곡으로 겨룬 1라운드는 팽팽한 접전이었다. '다크호스'로 꼽혔던 정미애는 이날도 송가인의 독주를 막았다. 정미애는 디스코풍의 신나는 트로트곡 '라밤바'를 폭발적 가창력으로 소화해 방청객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남 진도 출신 무명 가수 송가인이 ‘트로트 여왕’ 자리에 올랐다. 2일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결승전에서 미스트롯 진을 차지한 송가인이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송가인은 “(미스트롯으로) 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왼쪽은 2위 정미애.
    전남 진도 출신 무명 가수 송가인이 ‘트로트 여왕’ 자리에 올랐다. 2일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결승전에서 미스트롯 진을 차지한 송가인이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송가인은 “(미스트롯으로) 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왼쪽은 2위 정미애. /TV조선

    송가인은 결선 1라운드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춤을 가미한 빠른 템포 곡을 선택한 것과 달리, 윤명선의 발라드 트로트 '무명 배우'로 승부를 걸었다. 빼어난 실력에도 무명 가수 신세를 벗지 못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 듯 격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이 노래로 심사위원 최고 점수인 648점을 받아 1라운드 1위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은 2라운드에서 찾아왔다. 참가자마다 사연이 담긴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온 '나의 인생곡 미션'에선 최연소 결승 진출자 정다경이 무대를 압도했다. 송대관·전영랑의 '약손'을 부른 정다경은 도입부에 어머니가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을 깔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다경은 객석에 앉은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흘렸지만, 음이탈 한 번 없이 무대를 마무리했다. 송가인은 정통 트로트로 응수했다. 6·25전쟁의 애환을 담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모든 감정을 쏟아냈다. 2라운드 심사위원 점수와 관객 점수는 송가인이 모두 2위였지만, 1라운드에서 받은 점수 덕분에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송가인에게 이번 결선은 뜻깊은 무대였다. 그는 완벽한 가창력을 지니고도 "홍자에 비해 감정 전달력이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일대일 대결에서 홍자에게 패했던 본선 2차전에선 "가인이는 기계"라는 홍자의 일침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 결승 무대에선 1·2라운드 모두 완벽한 감정 표현을 선보이며 단점을 극복했다.

    최종 우승이 확정된 뒤 송가인은 그제야 감추고 있던 음악적 고민을 털어놨다. 정통 트로트로 밀고 나갔지만 "너무 옛날 노래를 부르면 트렌드에 뒤처질까 걱정했다"는 것. 송가인은 결승전 후 본지에 "트로트를 부르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고 몸이 붕 뜨는 것 같다. 특히 정통 트로트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정통 트로트를 하는 친구들이 적은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침체된 트로트 시장이 '미스트롯'을 계기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으로 막을 내린 '미스트롯'은 지난 2월 28일 방송이 시작된 이후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특히 4월부터 11%를 넘기며 매주 종편 채널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주 준결승전은 14.4%를 기록했다. '미스트롯'의 인기 비결로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구성이 꼽힌다. 출연자 간 지나친 경쟁과 갈등은 부각되지 않았다. 오로지 실력자들의 무대에 집중해 '듣는 맛이 있는 트로트를 보는 재미가 있는 트로트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미스트롯'은 트로트가 갖고 있는 음악적 힘에 집중해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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