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해산' 靑청원 132만건 역대 최다...하지만 몇명이 동의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입력 2019.04.30 17:16 | 수정 2019.04.30 22:09

국민청원, 네이버·카카오·페이스북·트위터로 로그인해 '동의'…기본 1인 4표
페이스북·트위터는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이론상 '무한 동의' 가능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 하루 만에 동의 16만여건…동의 속도는 비슷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정당 해산시켜주십시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청원은, 8일만인 30일 오후 8시 현재 132만건의 동의를 얻었다. 역대 최다 기록이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119만2049건을 뛰어넘었다. 132만명이 동의했다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유권자 4290만명의 3.1%에 해당하는 인원이 한국당 해산 청원에 동의한 셈이다. 이런 기세에 고무됐는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국당을 국민의 이름으로 준엄하게 꾸짖자"며 "1000만 돌파 가자"라고 적었다.

그런데 ‘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 숫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당 해산 청원 웹페이지 캡처 사진을 올리며 '사람들이 자느라 인터넷을 하지 않는 새벽 3시에 1초마다 30여건씩 동의 숫자가 올라갔다'며 '132만건 동의'라는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의문은 청와대 국민청원 시스템상 한 개의 청원에 한 사람이 여러 번 '동의'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30일 오후 3시 3분 역대 최다 동의 건수 기록을 경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30일 오후 3시 3분 역대 최다 동의 건수 기록을 경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이 무한대로 동의 가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거나, '동의' 버튼을 누르려면 먼저 로그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로그인 방식은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처럼 본인인증을 한 뒤 회원가입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등 4가지 포털·소셜미디어 계정 가운데 자신이 가입한 하나를 선택해 로그인한 뒤 '동의'를 누르는 방식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에 모두 가입해 있다면 최소 '동의'를 4번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네티즌 상당수가 이 4가지 포털·소셜미디어에 가입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의 숫자를 실제 사람 숫자와 반드시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 회원가입 방법 안내. 휴대전화번호 1개로 최대 3개의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 회원가입 방법 안내. 휴대전화번호 1개로 최대 3개의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 캡처
더구나 네이버는 휴대전화 번호 1개당 아이디를 3개월에 3개까지 만들 수 있다. 네이버 고객센터는 "네이버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동일 휴대전화 번호로 한 달에 한 번, 최대 3개의 아이디만 가입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네이버는 또 본인 명의 휴대전화가 아니어도 가입을 위한 인증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동원하면 1인당 수십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계정 생성이 더 자유롭다.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 때 본인인증을 요구하고 네이버처럼 '휴대전화번호 1개당 아이디 3개' 같은 제한을 두고 있지만, 해외 사이트는 그런 제한이 없다. 구글과 같은 무료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무한대로 이메일 주소를 만든 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반복 가입해 계정을 만들면, 사실상 무한대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동의'를 누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봤더니 구글에서 이메일 계정을 생성하는데 1분, 이 구글 이메일 계정으로 트위터에 가입하는데 30초, 이 트위터 계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로그인 해 '동의'를 누르는 데 30초 걸렸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1번 하는데 2분이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구글 계정을 반복해서 만들면 한 사람이 순식간에 특정 청원에 대한 동의 숫자를 늘릴 수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구글 계정 무한생성 방법'을 알려주는 글도 올라와 있다.

트위터 가입하는 화면.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가입할 수 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가입하는 화면. 이메일 주소만 넣으면 가입할 수 있다. /트위터 캡처
이 때문에 ‘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 건수가 132만건을 넘어섰지만, 132만명 이상이 진짜 동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한국당 지지자들과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나왔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동의’ 건수가 16만건을 넘은 "민주당 해산" 청원도 동의 건수를 동의한 사람 숫자로 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당 해산’과 ‘민주당 해산’ 청원에 대한 동의 건수 증가 속도는 비슷한 편이다. 한국당 해산 청구 국민청원은 8일만에 132만건을 넘어서 동의 건수가 하루 평균 15만여건이었다. 민주당 해산 청원은 지난 29일 올라온 이후 하루만에 16만여건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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