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파이닝거, 바우하우스 선언문을 위한 대성당, 1919년, 종이에 목판화, 30.5×19cm, 뉴욕 근대미술관 소장.

마치 얼음과 유리를 날카롭게 깎아 만든 듯 투명하게 반짝이는 대성당이 별빛 아래 우뚝 섰다. 이는 독일계 미국인 화가이자 삽화가였던 리오넬 파이닝거(Lyonel Charles Feininger·1871~ 1956)의 목판화로, 1919년 독일에서 개교한 건축 학교 바우하우스(Bauhaus)의 선언문 표지로 쓰였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시카고 트리뷴’ 등 신문에 재기 발랄한 만화를 연재해 성공을 거둔 파이닝거는 독일로 이주, 표현주의적 화가로 경력을 다지고 있었다. 그러다 바우하우스 초대 원장이던 발터 그로피우스에게 판화 교수로 발탁되어 나치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학교와 운명을 같이했다.

그로피우스와 파이닝거는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이토록 위대한 대성당을 오로지 손으로 만들어 낸 중세 장인들을 숭배했다. 그들은 모든 예술의 최종 목적이 결국은 건축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금속과 유리, 섬유를 망라한 모든 공예는 물론 회화와 조각 또한 사람들이 머물고 활동하는 공간을 위해 기능해야 한다고 믿었다. 바우하우스는 이처럼 총체적 공간을 구상할 수 있는 종합 예술가를 길러 내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조형 교육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집을 짓는다'는 뜻의 '바우하우스'는 글자 그대로 '건축 학교'로 시작했지만 정작 처음에는 '건축과'가 없었다.

바우하우스는 1933년 사실상 나치가 폐교할 때까지 고작 십여 년간 서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개교 100주년을 맞은 올해 전 세계 각지에서 바우하우스를 기념하는 전시와 행사가 넘쳐난다. 기본에 충실했던 바우하우스 학생들이 폐교 이후 전 세계로 진출하여 20세기 건축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